서울 집값 비싼 곳, 오세훈 표 몰아줬다
[신상호, 이종호 기자]
▲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득표차 - 아파트 실거래가 |
ⓒ 이종호 |
오세훈 시장 취임으로 서울 집값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집값이 높은 곳일수록 '오세훈 몰표'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 시장이 최고 득표를 기록한 자치구는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였고,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압구정동에서는 88.1%의 몰표가 나왔다.
이같은 결과는 <오마이뉴스>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서울의 각 자치구의 동별 득표율 분석에 따른 것이다. 분석 대상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458만2565표(거소·관외사전투표 제외)로, 서울 지역 425개 행정동별 득표율이다.
▲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아파트 단지. |
ⓒ 권우성 |
오 시장은 재건축 아파트 집결지에서 표를 쓸어 담았다. 지구단위로 재건축이 추진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경우, 오세훈 시장의 득표율은 88.1%(박영선 10.5%)로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압구정동의 득표율은 425개 행정동을 통틀어 1위였다.
오 시장은 은마 아파트가 있는 강남구 대치2동에서 81.0%(박영선 16.9%), 잠실5단지가 있는 잠실3동에서는 77.7%(박 20.1%), 여의도 시범·공작 아파트가 있는 여의동에선 76.6%(박 21.3%)를 득표했다. '재건축·재개발 속도전'이라는 오 시장의 핵심 공약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반면 오 시장의 득표율이 낮았던 곳은 구로구 구로3동(44.1%), 마포구 성산1동(45.9%), 강서구 화곡 8동(46.3%) 등이었는데,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지역이었다.
▲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동별 1위 지도 - 재건축단지 |
ⓒ 이종호 |
아파트값과 정비례한 오세훈 득표율, 1위 강남, 2위 서초, 3위 송파
그 결과 오 시장 득표율과 집값은 정확히 정비례했다. 해당기간 서울 자치구 중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강남구(m²당 2100만원)였다. 그런 강남구에서 오세훈 시장 득표율은 73.54%을 기록했다. 득표율은 25개 자치구 중 1위였다.
아파트 값은 강남구에 이어, 서초(1992만원)·송파(1663만원)·용산구(1645만원) 순이었다. 그런데 오 시장 득표율도 서초(71.02%)·송파(63.91%)·용산(63.44%) 등으로 아파트 가격 순위와 같았다.
오 시장의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곳은 아파트 가격도 낮았다.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낮은 도봉구(m²당 715만원)의 경우 오 시장 득표율은 54.3%였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오 시장의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강북구(51.2%)도 아파트 가격은 m²당 830만원으로 낮은 축에 속했다.
오세훈 몰표를 준 강남·서초·송파는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속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아파트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4월 첫째주 주간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5% 올랐다. 그런데 서울 송파구(0.10%)·강남구(0.08%)·서초구(0.08%) 등의 상승률은 서울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은 "압구정과 개포동 등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집값이 높은 곳에서 보수 정당에 대해 투표를 하는 경향이 새로운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지난 총선부터 계급 투표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번 보궐 선거에서는 그 경향이 매우 강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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