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결심공판' 앞두고 시민들은 추모하고 양부는 반성문 썼다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결심 공판이 14일 오후 열린다. 지난 1월 13일 첫 재판이 시작된 뒤 석 달 만이다. 결심 공판을 앞두고 양부 안모씨는 재판부에 세 번째 반성문을 제출했다.
공판이 열리는 법원 앞엔 ‘살인죄를 인정하라’는 문구가 담긴 100개의 근조화환도 그대로 놓여 있으며 서울 양천경찰서와 법원 버스정류장엔 지난 6일부터 ‘정인아 사랑해 영원히’라는 문구가 담긴 추모 광고가 게재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이날 오후 2시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의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에선 국내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가 증인으로 채택돼 재감정한 정인이의 사인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지난 5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불출석했다. 이에 장씨 측 변호인은 “묻고 싶은 부분이 있다”며 다시 이 교수를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결심 공판을 앞두고 양부 안씨는 재판부에 세 번째 반성문을 제출했다. 안씨는 반성문에서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달래주기에만 급급했다”며 “아내의 방식에만 맞춰준 것이 결국 아내의 잘못된 행동을 부추긴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또 “다툼을 피하고 싶어 아내를 이해하고 감싸려고만 했던 자신의 안일함과 무책임함이 아이를 죽였다”며 “모든 처벌을 달게 받고 평생 쏟아질 비난을 감수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심공판에선 증거 조사와 피고인 신문 순으로 이뤄진 뒤 검찰의 최종의견과 함께 구형량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변호인 측이 최종변론을, 장씨와 안씨가 최후 진술을 이어가게 된다. 지난 재판에는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사회복지사, 장씨 부부의 이웃 주민, 장씨가 정인이를 방치했다고 진술한 장씨의 지인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정인이에 대한 심한 학대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을 증언했다. 특히 지난 7일 5차 공판에선 학대 영상이 공개돼 법정이 울음바다가 됐다. 영상에서 장씨는 정인이의 목을 잡아 들어 올리고 유모차를 거세게 밀었다. 또 정인이가 숨진 날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서 정인이는 입에 담긴 음식을 넘기지 못해 울먹였고 장씨는 “먹어”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정인이는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울먹였다. 이에 장씨는 “XXXX”라며 영어로 욕설을 한 뒤 휴대전화를 쥔 팔을 거세게 휘둘렀다. 이후 정인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영상이 끝났다.
이날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상습적인 학대가 점점 심해진 점 등에 비춰볼 때 향후 재범의 위험이 있다”며 장씨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이에 변호인은 “피고인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기회나 가능성이 없다”며 기각을 요청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측은 지난 6일부터 정인이를 추모하는 광고를 버스와 지하철에 게재했다. 남부지법과 홀트아동복지회 앞을 지나는 서울 603번 버스엔 아동학대 방지 광고가 실렸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측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경각심을 주고자 광고를 기획했다”며 “양부모들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지역인 경북 안동과 포항의 노선버스에도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광고를 실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난 7~9일부터는 서울역, 시청역, 고속터미널역, 신용산역 등 30여 개 지하철역에 정인양 사진과 함께 ‘나는 천사가 되어 이 세상의 나 같은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요’라는 글귀가 담긴 광고가 실렸다. 해당 광고는 이번 사건을 지켜본 외국인 어머니들이 돈을 모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이를 상습 폭행·학대하다가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안씨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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