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죽을 권리①] 삶의 마지막, 준비된 이별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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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시작과 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유독 삶에 있어서만큼은 시작과 끝이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
실제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사람들 중에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맞이한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과 대화를 촬영하고, 오랜 친구들과 만나는 등 주변을 정리하고 편안하고 인간답게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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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시행 3년, '웰다잉' 문화 정착했나
우리는 늘 시작과 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시작이 반’ ‘시작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수시로 뱉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유독 삶에 있어서만큼은 시작과 끝이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 오히려 생과 사는 정 반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대부분이다.
아름다운 삶, 즉 웰빙(Well-being)을 외치면서도 아름다운 죽음, 웰다잉(Well-dying)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웰다잉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과 직결되어 있다. 특히 낮은 출산율과 높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 변화는 자연스럽게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한국의 사회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총인구는 5178만명이며 65세 이상 인구는 81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약 44만명 증가한 수치다. 당연히 노인가구도 증가했다.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노인가구는 전년 대비 22만 가구 증가한 445만 8000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1.3%를 차지했다. 노인가구 중 1세대로만 구성된 가구는 35.2%로 가장 많았다. 1인가구는 34.4%로 노인가구 3가구 중 1가구는 1인가구였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연령대의 인구가 많아지면서, 당연히 죽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주목할 부분은, 의술의 발전으로 생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보단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고, 그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이른바 ‘존엄사법’이 시행됐다.
존엄사법 시행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80만명을 넘어섰다. 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마지막 고통을 줄이고 삶을 마무리하는 기회를 얻기 위한’ 이유로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엄사법은 역시 웰다잉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시스템 중 하나다. 실제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사람들 중에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맞이한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과 대화를 촬영하고, 오랜 친구들과 만나는 등 주변을 정리하고 편안하고 인간답게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웰다잉을 추구하는 단체들도 다수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웰다잉과 관련된 60개 단체의 협의체인 ‘웰다잉단체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주도한 원혜영 전 국회의원이 이 협회의 초대회장을 맡았다. 이밖에도 각 지역자치단체 등에서도 웰다잉과 관련된 문화 축제 등을 기획하고, 관련 교육을 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지원하는 국내의 현실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노인 자살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고, 노인 빈곤율도 마찬가지다. 보다 섬세한 제도 보완과 확충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노년층 내부의 양극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연명치료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는 노인은 본인 또는 가족의 최소한의 경제력이 뒷받침된 경우라는 말이다. 결국 ‘웰다잉’을 위해선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양극화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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