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길 터 달라는 구급차에 막말한 택시..이송 방해 여전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택시 운전사가 길을 터달라는 구급차에 막말을 하고 실랑이를 벌였다. 법이 개정됐지만 구급차 통행 방해는 여전하다. 
 
서울 서대문소방서 등에 따르면 10일 오후 10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구급차가 진입하던 택시에 가로막혔다. 좁은 언덕길이었다. 구급차에는 당시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응급 환자가 타고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택시기사에게 “차를 조금만 움직여달라.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몇분간 마찰이 발생했다. 택시기사는 차를 뒤로 살짝 뺀 후 “어린 것들이 왜 싸가지 없이 말을 하느냐”고 화를 냈다. 지나갈 공간이 충분치 않다고 재차 요구하자 “여기서 더 어떻게 (뒤로 가야) 하느냐. 말을 왜 기분 나쁘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일단락된 후,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건강 상태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의 가족 A씨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택시기사는 ‘비켜달라고 할 거면 공손하게 말하라’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이런 사람이 처벌받지 않으면 다른 응급환자들이 같은 일을 겪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A씨는 택시기사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택시기사는 구급차를 일부러 막거나 지체시킨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언덕길이라 후진이 어려웠고 차를 뺄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며 “차를 빼려고 하는데 구급대원이 계속 시비조로 이야기해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않으냐’, ‘경찰 부를까요’라고 말하는데 나를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며 “젊은 사람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방서 측은 악의적인 방해가 아니기에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일 중 하나”라며 “시민들이 구급차 이송에 협조해주시면 좋겠지만 모든 게 저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동구에서 택시기사 최모씨가 사설구급차를 가로막아 논란이 됐다. 최씨는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구급차를 고의로 가로막아 환자 이송을 11분간 방해했다.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최씨는 법원에서 징역 1년10개월을 확정받았다. 국회는 구급차의 이송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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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편집=이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