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만에 재현된 유통가 10원 전쟁, 저마다 다른 속사정

최승근 2021. 4.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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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의 최저가 경쟁이 10여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결국은 적자를 끌어안으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면에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이나 작년 부지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이마트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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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성공한 쿠팡, 무료배송 정책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1위 석권 나서
대형마트는 생존 걸린 싸움..이마트, 14년 만에 최저가 보상제 소환
미국 증시 상장 준비하는 마켓컬리, 신규 고객 확대로 기업가치↑

유통업계의 최저가 경쟁이 10여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당시엔 국내 유통산업을 이끌었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최저가 경쟁을 이끌었다면, 이번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주도적으로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경쟁에 참여하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계속 늘면서 일각에서는 적자폭 확대 등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쿠팡

이달 들어 유통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2일 쿠팡이 ‘로켓배송’ 상품에 대한 무료배송 정책을 발표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지난달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5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쿠팡은 한 달 새 4000억원을 신규 물류센터 건립에 투자한데 이어 자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로켓배송 무료 캠페인에 나섰다. 상장 과정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전국권 물류 인프라를 앞세워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에 이어 본격적인 최저가 경쟁에 뛰어든 것은 대형마트 1위 이마트다. 500여개 생필품을 대상으로 쿠팡 보다 가격이 비쌀 경우 차액을 돌려주는 최저가 보상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마트가 최저가 정책을 다시 꺼내든 것은 14년 만이다.


당시엔 대형마트 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엔 생존이 걸린 경쟁이 됐다.


작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유통시장 규모를 뛰어넘으면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아울러 최근 이마트가 쿠팡의 맞수인 네이버와 손을 잡은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쿠팡 견제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 아직까지는 최저가 보상제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달 초부터 신선식품과 온라인몰 등에서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연말연시나 명절 등 대목을 앞두고 대형마트 3사가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서기는 하지만 비수기에 해당하는 4월에 이 같은 행사가 몰린 것은 현재 유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저가 경쟁과도 연관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소비자가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다.ⓒ롯데쇼핑

마켓컬리도 최저가 경쟁에 참전했다. 그동안 엄선된 고품질 상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인다는 고유의 마케팅 정책을 뒤집고 채소, 과일 등 60여종에 대한 최저가 경쟁에 나섰다.


최근 들어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탁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대의명분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장을 앞두고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마켓컬리는 연내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던 쿠팡이 성공적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마켓컬리도 적자 폭을 줄이기보다 매출 및 고객 확대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최근 공개된 TV광고가 신규 고객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반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적자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작년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출혈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적자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호탄을 쏘아올린 쿠팡의 경우 그동안 수년간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사업을 키워와 경쟁이 단 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결국은 적자를 끌어안으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면에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이나 작년 부지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이마트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데일리안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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