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얀센 백신 접종 후 혈전, 사용 중단..화이자·모더나 충분해 문제없다"
접종자 680만명 중 6명 "드물지만 심각한 혈전"
백악관 "처음부터 전시작전으로 생각, 화이자와
모더나 과도하게 물량 확보..접종 목표 달성 가능"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13일(현지시간) 존슨앤드존슨의 제약 부문 계열사인 얀센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일부 접종자에게 나타난 "드물지만 심각한" 혈전 증상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권고에 따라 워싱턴DC를 비롯해 대부분 주(州) 보건당국은 즉각 얀센 백신 사용을 중단했다.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EUA)이 허가된 백신 3종류 가운데 1종류를 당분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접종 목표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CDC와 FDA는 공동 성명에서 얀센이 개발한 백신을 맞은 사람 가운데 6명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한(rare and severe) 형태의 혈전증"이 나타나 이에 대해 검토하기 위해 사용 중단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미국에서 얀센 백신은 총 680만 도스(1회 접종분) 접종됐다. 얀센은 한 차례 접종하기 때문에 680만 명에게 투약된 셈이다. 혈전이 발견된 6명은 모두 18~48세 여성이었다. 한 명은 숨졌고, 한 명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CDC는 뇌정맥동혈전증(CVST)으로 불리는 혈전증인데,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증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CVST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판단한 것과 같은 증상이다.
얀센과 AZ 백신은 모두 아데노바이러스를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으로 분류된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100만 명 중 1명 이하에게 발생한 극히 드문 사례"라면서 "백신을 맞은 지 2주 이내일 경우 두통이나 호흡 부족, 흉통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권했다. 혈전증은 접종 후 6~13일 사이에 나타났다.
파우치 소장은 얀센 백신 사용을 중단 기간을 "며칠이나 몇 주 정도"로 예상하고, "몇 주나 몇 달 지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얀센은 5월 말까지 미국 정부에 백신 1억 도스 공급을 약속한 상태다. 1회 접종으로 끝나고 일반 냉장 온도에 보관할 수 있어 소도시와 농촌 등 인구가 적은 지역, 오지 근무자나 노숙자 등 2회 접종이 어려운 사람까지 접종을 가능하게 할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받았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얀센 중단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얀센 백신은 지금까지 미국인에게 접종한 백신의 5%에도 못 미친다"며 "백신 사용 중단이 정부의 백신 접종 목표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얀센 백신 접종 수가 적은 것은 화이자·모더나보다 늦게 긴급사용승인을 허가받은 데다 백신을 제조하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공장에서 각종 사고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미국 구석구석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 번째' 백신인 얀센이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자이언츠 조정관은 "얀센 백신 접종 중단으로 인한 부족분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으로도 일주일에 2800만 회 접종 속도를 이어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 이전에 2억회 접종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이언츠 조정관은 "우리는 처음부터 전시(戰時) 총력전으로 생각했고, 이것이 과잉으로 물량을 구매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미국인 맞을 수 있는, 100%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백신이 충분히 있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미 보건당국의 얀센 백신 중단 권고는 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럽과 아프리카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 7일 얀센 백신 품목허가를 내린 바 있다. 미국 CDC는 오는 14일 혈전증 부작용 사례를 검토하고 평가할 예정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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