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안쉰다" 인천 모텔 여아 비극..보육시설 입소 직전이었다
생후 2개월 A양은 최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엄마(C씨)와 이별했다. 이후 아빠 B씨(27)가 A양과 오빠(2)를 돌봤다. 일용직 근로자였던 B씨에게 나 홀로 육아는 벅찼다. 아이들을 시설로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시설 입소를 위해 건강검진을 받기로 한 지난 13일 A양은 갑작스레 심정지 상태가 됐다. 중환자실로 실려 간 A양은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13일 인천 남동구와 경찰 등에 따르면 B씨와 C씨(22)는 지난해 결혼한 뒤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지내왔다. 차상위계층으로 분류된 B씨 부부는 주거급여를 받았다. 당시 C씨는 친정아버지로부터 “내 친구 집이니 그냥 살아라”는 말을 듣고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이 빌라에 거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증금과 문제로 집주인과 문제가 생겼고, 지난달 집을 나와야 했다.
갈 곳이 없던 B씨 부부는 인천의 모텔을 전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동구 공무원과 경찰이 모텔로 찾아왔다. 앞서 남동구는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을 통해 이들 부부가 위기 가정으로 분류된 것을 확인하고 부부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연락이 되지 않았고 주소지로 등록된 빌라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결국 경찰에 연락했고 지난 6일 인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이들 부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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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혐의로 수배 중이던 엄마 구속
경찰이 신원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C씨가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체포된 C씨는 검찰로 인계돼 구속됐다. 남동구와 경찰은 B씨가 A양 남매를 홀로 양육하기 어렵다고 보고 가정위탁을 제안했다. B씨도 동의했지만, A양 남매가 머물만한 가정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24시간 어린이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번엔 A양의 심장 관련 질환이 문제가 됐다. 결국 오빠는 24시간 어린이집으로, 동생은 보육시설로 가기로 했다.
보육시설 입소를 앞둔 13일 오전 0시 3분쯤 A양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B씨는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고 했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양은 심정지 상태였다. 또 머리엔 멍 자국이 있었다고 한다.
A양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인근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양 몸에서 발견된 멍 자국 등을 토대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B씨를 체포했다. B씨는 경찰에 “딸을 안고 있다가 실수로 머리를 벽에 부딪쳤다”고 진술했다.
의료진은 정밀 검사 후 머리뼈가 부러지진 않았으나 뇌출혈이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A양의 오빠를 아동보호 시설에 입소시키는 한편 B씨를 상대로 학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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