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사건 한달째 뭉갰다.."수사방해처" 조롱받는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달 17일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이규원 검사 사건’을 한 달 가까이 묵히면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직접 수사 착수나 검찰로의 재이첩 결정도 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석 달째 조직도 갖추지 못한 공수처가 사건을 뭉개며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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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은 9일 만에 재이첩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지난달 17일 이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조작 및 유출 의혹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이 검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면서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하고 외부로 유출했다는 의혹이다.
사건을 받은 김진욱 공수처장은 처리 계획에 대해 “천천히 하겠다”, “부장검사 면접이 끝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왔다. 당시는 공수처 검사 및 수사관 선발 작업이 한창 진행된 때였다.
이후 공수처는 지난 2일 부장검사 및 평검사 후보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넘겼다. 그런데 이후 또 열흘이 넘도록 이 사건에 대해 수사 개시 여부 등을 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3일 수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처리와는 다르다. 당시에는 공수처 이첩 9일 만인 지난달 12일 검찰로 재이첩했다. 그 이유로 김 처장은 당시 ‘수사 공백’을 꼽았다. 그는 “공수처가 수사팀 구성을 위해 3~4주를 소요하면서 동시에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한다고 하는 것이 자칫 공수처 수사에 대해 불필요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거나 이로 인해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간부는 “공수처가 결정을 미룰수록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규원 검사 사건은 수사 공백 우려가 없다는 얘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에서는 “수사처가 아니라 ‘수사방해처’ 아닌가”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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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조직 구성 삐끗…수사 능력 우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상황 등을 고려해 이규원 검사 사건을 검찰에 빨리 재이첩하는 게 낫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여전히 공수처가 직접 수사 조직을 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검사 채용 등 공수처 구성은 삐거덕거리고 있다. 당초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모집은 10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순항하는 듯했다. 그런데 정원(부장검사 4명, 평검사 19명)에 못 미친 부장검사 후보 2명과 평검사 후보 17명 명단만 지난 2일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김 처장이 원한 수사 경력이 풍부한 검증된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사 후보에 포함된 19명 중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이 3명가량밖에 안 된다. 김 처장이 공언한 ‘4월 중 1호 수사’ 역시 쉽지 않은 분위기다.
공수처는 "검사 채용 수가 정원에 다소 못 미쳐도 수사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현재 수사할 여건이 안 되는 만큼 이규원 검사 사건은 빨리 재이첩해야 한다”며 “1호 수사는 가능한 검찰이 손대지 않은 다른 사건을 선정하고 이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공수처의 존재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남현‧김민중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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