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성 가점 유지, 장애인 가점은 폐지..청년창업 역차별

남윤서 2021. 4.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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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창업지원센터 앞에 창업 관련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정부의 청년창업지원 사업 선발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가점을 올해부터 폐지한 반면 여성에 대한 가점은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기 위한 가점 정책이 오히려 역차별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2011년부터 이어져온 대표적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이다. 13일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968억원에 달한다. 올해에는 1065명 선발에 역대 최다 인원인 5484명이 지원해 5.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발된 예비 창업자들은 창업 교육과 기술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최대 1억원의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장애인·군인 가점 없애고 여성 가점 남겨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청년 창업 경진대회인 '청청콘'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올해부터 선발 심사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에 '장애인'이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중기부의 청년창업사관학교 모집공고에 따르면 2020년까지는 장애인, 여성, 특허권자 등에 0.5점의 가점을 부여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장애인 가점이 폐지되고 여성 등에 대한 가점만 남게 됐다.

지원자들은 가점이 당락에 결정적인데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이모(32)씨는 “올해는 경쟁률이 높아 가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사업이라 내년에 또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성에게만 가점을 주는 건 명백한 역차별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장애인 가점까지 없앴는데 여성 가점만 남은 것은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과거에도 가점으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18년에는 여성에게 3점의 가산점을 부여해 특허권자(0.5점)보다 6배나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중기부는 다음해부터 여성 가점을 0.5점으로 바꿨다. 또 이전에는 전역 1년 이내로 남은 장교와 부사관 등 현역 군인에게도 0.5점의 가점을 줬지만 2020년부터 폐지하기도 했다.

연도별 청년창업사관학교 주요 가점 사항.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장애인 합격률 낮아 가점 폐지했다”는 정부
이에 대해 사업을 시행하는 중진공 관계자는 “장애인의 합격률이 낮고 이 사업 외에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 사업이 있기 때문에 가점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소수의 장애인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설명도 나왔다. 중기부 기술창업과 관계자는 “1000명이 들어오면 장애인이 3~5명밖에 되지 않는데, 이들을 위해 인력, 장비 등을 신설해야 하는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며 “장애인 전용 사업이 많이 신설돼서 가점을 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군인 가점 폐지에 대해서는 “2018년부터 성별영향평가법이 시행돼 이 사업도 여성가족부 평가를 받는데, 여성 비율을 더 높여야 하기 때문에 군인 가점을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전용 지원 사업이 신설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 대상 창업 지원 사업도 적지 않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 여성창업보육센터 지원, 여성창업경진대회, 여성가장 창업자금 지원 등 여성만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별도로 시행되고 있다.

2월 19일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글로벌창업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별도의 장애인 대상 사업이 있더라도 가점을 폐지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이상훈 변호사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따르면 장애인을 일반인과 분리하기 보다는 함께 경쟁할 수 있도록 불리한 조건을 서포트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권고되는 장애인 지원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장애인 지원자와 합격자가 적다는 것은 오히려 가점 제도를 유지해야 할 이유”라며 “여성 가점은 남기고 장애인 가점을 폐지한 것은 상대적으로 여성에 비해 장애인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곽민재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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