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90대 "맞으란 연락이 없네"..2주차 고령층 접종률 4.8%
대상자 350만명 중 16만명만 맞아
"4월 내 가능할지" 기약없이 기다려
경기도 과천에 사는 90대 A씨는 자녀를 통해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동 주민센터에 접종 동의를 신청했다. 당시 A씨 자녀는 “4월 초~중순이면 접종할 것”이라고 통보받았지만 언제 접종할지 아직 기약이 없다. 지난 1일 과천시청으로부터 “백신 물량 확보 및 수급 일정에 따라 접종 시기와 장소를 알려주겠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2주가량 감감무소식이다. 13일 A씨 자녀가 주민센터에 문의했지만 “아직 접종 센터가 만들어지지 않아 백신 물량이 배정 안 됐다”며 “4월 안에 접종이 가능할지 모른다. 기다려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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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못 맞는 것 아닌지 걱정”
지난 1일부터 전국에서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A씨처럼 상당수가 기약 없이 날짜 배정을 기다리고 있어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용인 지역 한 맘 카페에는 지난 9일 “어르신 화이자 백신 접종 연락 오신 분 있나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아버님이 구체적으로 연락받은 게 없다”며 “접종 순서가 따로 있는 건지, 나이순인지 동네별인지 정보가 없으니 언제쯤 연락을 주려는지 답답하다”고 적었다. 80대 노모를 둔 서울 서초구의 정모(57)씨는 “동의할 때만 해도 4월 내 접종할 것이라고 들었는데 소식이 없다”며 “5월이든, 6월이든 언제 맞을 수 있는 건지만 알려주면 좋을 텐데 백신을 못 맞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 접종에 동의하고도 이렇게 날짜를 배정받지 못한 채 접종할 날을 무작정 기다리는 일이 벌어지는 건 지역별 예방접종센터 개소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게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측 설명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90도 초저온에서 유통, 보관해야 해 초저온 냉동고가 구비된 센터에서만 맞을 수 있다. 그런데 13일 현재 전국에 문 연 센터는 71곳뿐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15일에 175곳으로 늘고, 이달 말이면 모든 시군구에 1곳 이상씩, 총 276곳의 센터가 순차적으로 개소한다. 센터 문을 열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추진단 관계자는 “장소만 구한다고 접종 센터를 바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모의훈련을 거쳐야 한다. 초저온 냉동고 안정화 작업에도 통상 2~3일 걸린다. 이런 게 모두 완비됐는지 확인한 후에 백신 물량을 배정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기다리는 분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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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접종률 4.8%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층 접종을 개시한 지 2주 가까이 흘렀지만, 대상자 350만여명 가운데 13일 0시 기준 접종자는 16만8264명으로, 접종률은 4.8%에 그치는 상황이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크다. 동의자가 아닌 접종 대상자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17개 시도 가운데 접종률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으로 13.2%다. 세종(11.9%), 강원·제주(8.4%), 광주(8.2%), 충북(8.1%) 등도 상대적으로 접종률이 높은 지자체에 해당한다. 반면 대전(0.2%), 경북(2.7%), 부산(3.6%), 경기(3.8%), 서울(3.9%) 등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접종률이 낮다. 대상자인 노인 인구수가 많게는 약 63만명에서 적게는 1만여명으로 차이 나는 영향도 있지만, 센터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게 추진단 설명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접종 센터 수 차이에 따라 접종 역량이 달라진다. 인구 대비 접종센터가 많은 곳은 속도가 빠른 것”이라며 “대전처럼 노인시설의 대상자부터 맞히고 일반 노인을 접종하는 등 지자체 접종 계획에 따라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 계획에 따르면 75세 이상에 맞히는 백신은 화이자와 개별 계약한 물량으로, 125만회가 기도입됐고, 나머지 575만회는 6월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전북 지역 한 보건소 관계자는 “중앙에서 각 지역으로 백신을 매주 배정해주는데 다음 주까지 접종 센터를 개소하는 지역이 많아 그쪽으로 우선 배정한다고 한다”며 “1~2주 차에 이미 접종 한 우리는 잔량으로 진행하다 보니, 각 동에 20~30명 정도씩 분산해 접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백신 배포는 잘되고 있다”며 “지자체 역량에 따라 접종자 수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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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서 대상자 누락도, 집단면역 우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접종 대상자에서 누락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거주하는 80대 B씨는 접종 순서를 기다리다 뒤늦게 본인만 접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동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명단에서 누락됐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언제 접종하냐는 질문에는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정부는 당초 6월까지 국민의 23%가량인 1200만명에 1차 접종을 끝내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물 건너간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13일 현재 1차 접종자는 119만명 정도로 6월까지 2개월여 남짓한 시간에 1100만명을 맞혀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혈전 논란으로 인한 접종 동의율 영향까지 고려하면 우려가 더 크다.
백신 수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2분기에 들어올 거라던 노바백스 백신은 3분기 돼야 본격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얀센과 모더나 백신의 구체적인 도입 일정도 안갯속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추가로 백신이 들어와야 하는데 얀센도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들어와도 혈전 논란을 겪을 거로 보인다”며 “정부 목표대로면 11월까지 16세 이하를 빼고 4400만명 중 80%가량이 맞아야 한다는 건데 이 속도로면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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