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이라도 뛰었으면.. 간절한 '오리온 에이스'

조효석 2021. 4. 1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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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 KBL 고양 오리온에서 센터 이승현(28)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13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승현이 '1분을 뛰든 5분을 뛰든 올 시즌 마지막을 동료들과 함께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더라.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시즌이니 끝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그런 말까지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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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이승현, 남자농구 PO 못 뛰어
팀은 2차전도 지며 벼랑끝 몰려
출전 요청에 강을준 감독 깊은 고민
고양 오리온 이승현이 12일 인천 전자랜드와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관중석에 앉아 소속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오리온은 이승현의 공백을 버티지 못하고 이날까지 2연패했다. 한국농구연맹 제공


남자프로농구 KBL 고양 오리온에서 센터 이승현(28)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헌신적이면서도 투지 넘치는 그의 플레이는 다른 구단 감독들도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다. 소속팀에서뿐만 아니라 6월 열릴 도쿄올림픽 예선에서도 국가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오리온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인천 전자랜드에 2연패 했다. 마지막 시즌을 맞는 전자랜드의 절박한 도전에 갈채가 쏟아지는 동안, 오리온은 에이스 이승현을 잃은 채 무력하게 경기를 내줬다. 지난 4일 왼쪽 발목 부상을 입은 여파였다. 이전에도 수술했던 부위다. 이승현은 오리온의 패배를 모두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오리온은 14일 3차전에서 지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13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승현이 ‘1분을 뛰든 5분을 뛰든 올 시즌 마지막을 동료들과 함께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더라.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시즌이니 끝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그런 말까지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전자랜드와 2차전 패배 뒤 이승현의 요청으로 진행된 면담 자리에서 나온 대화다.

강을준 감독은 앞선 1·2차전 이전부터 이승현의 출전 가능성을 배제해왔다. 당장의 승부보다 선수 생명이 훨씬 중요하다는 지론 때문이었다. 그는 “이승현이 1차전부터 뛰고 싶다면서 면담 요청을 다섯 번이나 해왔지만 전부 안 된다고 했다”면서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인대가 손상됐다는 병원 진단이 있었다. 시즌 중에도 통증이 있는데 안고 뛴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제가 선수 때는 물론 아파도 뛰었다. 종아리 근육이 찢어진 상태에서 농구대잔치를 뛰었던 게 기억난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20~30년 전 일이다. 지금은 시대가 다르잖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승현이에게 ‘열정과 마음은 고맙다. 하지만 우리 팀에도 대표팀에도 넌 소중한 선수다.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도 아니고 내년을 도모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에 팀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운동하며 회복 상태를 확인해왔다고 강 감독에게 면담 자리에서 털어놨다. 강 감독은 “트레이너는 (이승현의) 회복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뛰지 않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부모님과 이야기해봤느냐고 물었더니 (이승현의) 어머님이 ‘네가 하지 말라는데 안 할 애도 아니고, 미련 안 남게 알아서 잘 판단하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승현이 코트로 돌아온다 해도 오리온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주일간 농구를 쉬었기 때문에 컨디션이 정상이기 어려워서다. 강 감독은 “이승현이 ‘골을 못 넣더라도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면서 “승현이가 코트에 있으면 그 자체로 상대 팀에 심리적인 압박은 줄 수 있을 것이다. 동료들도 승현이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게 있긴 하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거듭된 이승현의 요청에 13일 팀 훈련 중 상태를 다시 확인해본 뒤 트레이너와 상의하고 나서 경기 전에 출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아무리 본인이 괜찮다고 해도 혼자 움직이는 것과 전투적으로 선수들과 부딪히며 시합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면서 “이승현의 출전은 14일 경기 직전까지 고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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