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원정 투기, 남은 의혹들

2021. 4. 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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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은 경기도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에 관한 보도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 의혹을 겨냥해 취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광명·시흥의 최근 4년간 토지 거래 전수 조사를 시도했다.

원정 투기 의혹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 적지 않지만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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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은 경기도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에 관한 보도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 의혹을 겨냥해 취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광명·시흥의 최근 4년간 토지 거래 전수 조사를 시도했다. 거래된 땅의 등기부등본을 샅샅이 뒤졌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흐름을 발견했다. 광명시 노온사동에서 땅을 산 전북 전주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았다.

혹시나 해서 2015년, 2016년의 거래를 들여다 봤지만 그때는 전주 주민이 보이지 않았다. 원정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의 시작은 2017년 3월이었다. 전주에서 법무사로 활동하는 L씨(12일 구속)가 가족 등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노온사동 땅을 샀다. 한 필지만 산 것도 아니고 5필지를 샀다. 23억8000만원을 4필지 땅값으로 지급하고 약 20일 뒤 2억8000만원에 밭 한 필지를 더 샀다. 이어 노온사동 땅을 산 사람은 LH 직원의 가족과 친인척이었다. LH 전북지역본부 4급(과장) 직원인 H씨의 아내와 형수가 2017년 4월 노온사동 논을 3억1500만원에 구입했다. H씨의 7촌 당숙도 같은 날 3억6000만원에 논을 샀다. 이들 일가는 3개월 뒤 더 큰 거래를 했다. 6명 이름으로 10억6500만원을 건네고 논을 샀다.

다음 순서는 전주에 거주하는 의사들이었다. 2017년 4월 의사 S씨 부부와 의사 P씨 부부가 노온사동에서 논을 샀다. 거래 금액은 3억8100만원이었다. 이들은 약 1년 뒤 또 노온사동 땅을 샀다. 이번에는 2억1000만원을 주고 논을 구입했다. 2017년 7월에는 LH 전직 직원 M씨와 그의 제수이자 LH 현직 직원의 아내가 함께 땅을 샀다. 두 달 뒤 9월에는 LH 현직 직원 O씨의 아내와 동생들이 노온사동에서 4억8000만원을 주고 임야를 구입했다. 그 동생 중 한 명이 대통령 경호처 직원이다. 이후 더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LH 전북혁신도시사업단장을 지낸 전직 직원의 배우자, 더불어민주당 전라북도당의 부위원장, LH 직원의 친척으로 추정되는 부부 의사,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등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거나 심지어 같은 동에 사는 경우도 있었다. 취재팀이 지금까지 노온사동에서 땅을 산 것으로 확인한 전주 주민은 42명이다. 총 거래 금액은 약 157억원이다.

전주 사람들의 노온사동 땅 구입에는 특징이 있다. 땅을 한 번 이상 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초기(2017년) 땅 구매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또다시 노온사동 땅을 샀다. 해당 토지의 미래 가치에 대한 강한 확신이 없고서는 힘든 일이다. 대부분 여러 사람이 공동 구매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거의 모든 토지 구매자가 LH 전현직 직원과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LH 현직 직원이 소유주로 등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정 투기 의혹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 적지 않지만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경찰은 원정 투기의 시발점을 2017~2020년 광명·시흥에서 근무했던 LH 전북본부 3급 직원 J씨(12일 구속)로 본다. J씨가 지인인 L씨와 공모해 차명으로 땅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J씨를 통해 전주 4개 그룹에 개발 관련 정보가 유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J씨의 구체적 행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더 많다. 그가 누구의 이름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땅을 샀는지조차 모른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에 어떤 정보를 전달했길래 전주 사람들이 우르르 노온사동으로 몰려갔는지 밝혀져야 한다. 전 LH 전북본부장의 극단적 선택이 이 사태와 어떻게 관련됐는지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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