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사라진 1시간

2021. 4. 1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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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다페스트에 서머타임이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벽시계와 손목시계를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의 시간이 뒤바뀌었다.

기존 시간에서 1시간이 사라진 것이기에 살짝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서머타임 취지대로 늦은 저녁까지 햇빛을 볼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추억을 회상하는 일이 나의 유일한 취미인데 며칠 전부터 시작된 다리 보수공사로 인해 사람은 다리를 건널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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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시인


최근 부다페스트에 서머타임이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벽시계와 손목시계를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의 시간이 뒤바뀌었다. 기존 시간에서 1시간이 사라진 것이기에 살짝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서머타임 취지대로 늦은 저녁까지 햇빛을 볼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오후 8시가 넘어도 햇빛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낭만적인 제도가 내년부터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현재가 소중해진다.

다뉴브강의 수많은 다리 중에서 특히 세체니 다리를 좋아한다. 워낙 아름답기도 하고 그곳에 소중한 추억이 많기에 애착이 간다. 다리를 건너면서 추억을 회상하는 일이 나의 유일한 취미인데 며칠 전부터 시작된 다리 보수공사로 인해 사람은 다리를 건널 수 없게 됐다. 곧이어 차량도 통제된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아쉽기보단 오히려 기대된다. 사람도 자동차도 하나 없는 세체니 다리를 바라보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더없이 소중할 거다.

겹벚꽃이 만발을 준비하고 있다. 기대되는 마음에 매일 부다성을 오르며 길게 펼쳐진 겹벚꽃 길을 걷는다. 오늘 오전에도 부다성에 다녀왔다. 다녀오는 길에 도로 중간에서 달걀판을 엎어버린 남성을 마주쳤다. 자동차와 트램이 지나다니는 곳이기에 위험하다고 느껴 얼른 달걀을 포기하고 인도로 올라오길 바랐지만 그 남성은 꿋꿋하게 앉아서 터져버린 달걀을 맨손으로 줍고 있었다. 나는 도움이 되고자 남성에게 다가갔다. 처참히 터져버린 달걀을 보면서 슬펐지만 상당히 시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에 소중히 기억해두기로 했다.

나에겐 매 순간이 소중하다. 손해를 보거나 배신을 당하거나 상처받게 되는 상황도 내면적으로 얻는 것이 있기에 소중하다. 이렇듯 모든 상황이 기회라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 행복해지고 소중해진다. 사랑하는 도시에서 건강한 음식과 상쾌한 공기까지 함께하니 더없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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