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서병수 전당대회 불출마..국민의힘 당권경쟁 '교통정리' 신호탄
'세대교체' 압박..박성훈 지지와 일관된 맥락
68년생 조경태, '송언석 징계요구' 쇄신 부각
하태경 출마 관측속 '초선기수론' 박수영 주목
국민의힘 당내 최다선인 5선 서병수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국민의힘 당권경쟁을 놓고 '교통정리'를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병수 의원은 13일 "이제 젊은 미래 세대가 산업화의 성취와 민주화의 성과를 뛰어넘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나 서병수는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 의원은 "우리가 이름이라도 알리게 된 것은 친이네, 친박이네 하며 패거리 지어 다툰 지난 10여 년의 세월 때문"이라며 "패거리 정치를 자양분으로 얻은 힘과 조직으로 국민의힘 대표가 된들 무엇을 하겠느냐. 그러니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요구한다. 그 중심에 20대 Z세대와 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며 "나를 비롯해서 지금껏 산업화의 시대정신을 대표했던 분들이 나서지 않는 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서병수 의원은 지난해 21대 국회 개원 직전 SNS를 통해 "국회부의장이 과연 내게 주어진 사명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제대로 반대하는 야당'부터 만드는 게 일하는 국회의 첫걸음이라 믿는다. 이게 내가 다시 정치를 시작한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서 의원은 국회직보다는 야당 재건에 역할을 할 수 있는 당대표 등 당직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날 전격적으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다른 중진의원들에게도 우회적으로 불출마를 압박한 서 의원의 메시지에는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병수 의원은 부산시장을 한 차례 지내서 인지도에서 앞서는데도 지난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불출마를 하지 않았느냐"며 "당시 서 의원이 불출마를 하고 '젊은 세대'인 박성훈 전 경제부시장을 측면 지원을 했는데, 이번 전당대회 불출마도 일관된 맥락에서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서병수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에서는 당장 같은 5선인데다 같은 부산을 기반으로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조경태 의원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신문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부산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19~20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이 14.7%로 선두였으며 조경태 의원이 11.6%, 서병수 의원이 8.5%로 2~3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 서 의원의 불출마로 부산 지역 책임당원들의 표심이 조 의원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실 관계자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해서 '1인 1표제'로 한다면 서 의원 불출마에 따라 조 의원이 이득을 본다는 것은 확실하며, 집단지도체제로 개편해 '1인 2표제'로 한다고 해도 적잖은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조경태 의원도 당내 최다선인 5선 중진인만큼 서병수 의원이 압박한 '세대교체론'에 대응해 당권 도전 명분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과제는 안게 됐다. 당내에서는 조 의원이 1968년생으로 웬만한 초선 의원보다도 젊다는 점, 송언석 의원 징계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유일한 의원일 정도로 초선보다 더 혁신·쇄신하는 면모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조 의원은 전날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 우리 당에서 송언석 의원 징계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람이 조경태 말고 있느냐"며 "우리 당을 쇄신하는 용기 있는 목소리를 많이 내는 게 중요하지, 선수(選數)가 높고 낮고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의 불출마로 생긴 부산 지역의 공백 상황이 하태경 의원이나 박수영 의원의 당권 도전 결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선 하태경 의원은 부산시당위원장을 맡아 이번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해 압승으로 이끌었다. 정치권에서는 하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박수영 의원도 최근 '초선기수론' 속에서 초선 의원 중 전당대회 출마가 가능한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의원은 서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밝힌 SNS에 "내려놓음의 미학을 아는 선배를 존경한다"며 "우리가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초선기수론' 또한 '교통정리'가 관건이다. 현재 거론되는 초선 전당대회 후보군이 너무 많아 이대로는 표가 갈려서 자멸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14일 오후 국회본청에서 모여 차기 지도부 구성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교통정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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