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먹거리 '반도체' 흔드는 바이든
삼성 불러놓고 "중국 견제해야"
백악관 '반도체 서밋' 화상회의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 확대"
공장 유치 등 공급난 해소 논의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를 이끌려면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가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하고, 핵심 물품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와중에 바이든이 중국의 첨단 기술 질주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날 회의는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시영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마크 리우 회장, 팻 갤싱어 인텔 CEO와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순다르 파차이 알파벳·구글 CEO, 미 항공·방산업체 노스롭그루먼의 캐시 워든 회장 등 19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바이든 “21세기 세계 이끌려면 반도체·배터리 투자 필요”
바이든은 이날 테이블에 놓인 반도체 웨이퍼를 집어들고 “반도체 칩, 웨이퍼와 배터리,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 이런 것들이 모두 인프라”라며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할 게 아니라 오늘날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2조3000억 달러(약 2500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미국 일자리 계획’의 인프라 예산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500억 달러를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에 배정했다. 바이든이 인프라 예산에서 반도체 분야에 배정한 자금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때 연방정부 차원에서 비용 일부를 보조하거나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이게 된다.
바이든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공화 양당 상·하원 의원들이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히고 그 내용을 소개했다. 서한은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며 “중국과 다른 나라들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그래서 우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이날 회의를 연 것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 사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중국이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으로 반도체 기술력을 키우고, 세계 반도체의 대부분이 동아시아에서 제조된다는 사실에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에서 현재 12%로 줄었다”며 “주로 경쟁국의 정부 보조금 때문에 미국에 제조 시설을 세우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달리면서 일부 자동차 공장이 조업을 멈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수요 증가를 예측하지 못한 데다 방역 등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GM은 미시간 공장 조업 중단을 오는 26일까지 연장했고, 테네시 공장은 이날부터 2주간 문을 닫기로 했다. 포드는 시카고와 미시간 등지의 공장 가동을 일주일 동안 중단한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미국은 현재 활발하게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TSMC는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세울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인텔도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를 들여 2개의 제조 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지식재산권의 대부분을 미국이 보유해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은 미국의 의도에 맞출 수밖에 없다.
백악관은 회의 뒤 “참석자들은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향후 반도체 수요 예측을 개선하는 데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다시는 반도체 공급난을 겪지 않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 확대를 장려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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