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시, 성폭력 피해자 '일상 회복' 논의.. "용기낼게요"

김판,이형민,전성필 2021. 4. 1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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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 직후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의 '일상 복귀 지원'을 언급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최근 진행된 오 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직장에 복귀해 일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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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측 "박 지지자 2차 가해 우려"
조직 안팎에 방지 조치 마련 촉구
서울·부산시장, 세심한 배려 약속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서 고(故)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 직후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의 ‘일상 복귀 지원’을 언급했다. 피해자 측 역시 “‘업무 복귀’가 ‘일상 복귀’의 첫걸음”이라고 밝히며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평범한 하루를 되찾기 위해선 지원 약속이 일회성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최근 진행된 오 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직장에 복귀해 일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 후에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용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시장이 피해자들에게 약속한 ‘일상’은 어떤 의미일까. 박 전 시장 피해자 변호인단의 서혜진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말하는 ‘일상’이라는 건 원래 성폭력 사건 이전에 누리던 평범한 하루”라고 정의했다. 서 변호사는 “사건 자체가 완전히 없던 일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일터로 돌아가는 것은 일상 회복의 시작이다. 그래야 다른 곳으로도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무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단순히 일터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피해 회복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전문가들은 일상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2차 가해를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복귀했을 때 조직 내외부에서 박 전 시장 지지자들에 의한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도 “조직의 배신자라는 낙인 등 2차 피해는 주로 같이 일했던 사람들로부터 나타난다”며 “다른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도 일반적으로 보이는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악성 댓글 고소 등으로 60여건의 형사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온라인상의 2차 가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임 오 시장과 박 시장은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두 시장 모두 피해자의 2차 피해 등 고충에 대해 충분히 공감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업무 복귀뿐 아니라 서울시 차원에서 여러 지원 기반을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도 최근 부산시청 간부 간담회에서 “복귀 이후에도 피해자가 일상에 불편을 겪지 않고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주변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려와 지원을 당부했다고 한다.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신임 시장들의 이러한 약속이 자칫 선거 과정의 정치적 공약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진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학자인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일상 회복이란 피해자가 더 이상 숨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삶과 커리어와 정신적 건강을 회복해 살아갈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면서 “조직 내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도움과 이해,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판 이형민 전성필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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