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동해 유입 시기 불분명..해양생물 체내 축적 우려 커

천권필 2021. 4. 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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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로 풀어본 후쿠시마 오염수
현재 125만t 쌓여, 하루 140t 씩 증가
최대 30년에 걸쳐 바다로 내보내
오염수 속 삼중수소 분리 쉽지않아
인체 유입 땐 암 유발, 생식기능 저하
일본 "더 이상 저장할 공간 없어"
전문가 "비용 가장 싼 방식 택한 것"
13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장 관계자가 일본산 참돔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뉴스1]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사고 이후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등 인접국 국민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이 선뜻 믿기지 않아서다.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무엇인가.
A :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녹아내린 원자로 격납용기 내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렸는데 이 물이 오염수다. 지난 10년 동안 빗물과 지하수가 더해지면서 오염수의 양은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125만t이 넘으며 지금도 하루 140t씩 늘어나고 있다. 방사성 물질도 다량 함유돼 있다.”

Q : 오염수는 위험한가.
A :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핵물질 저장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사용해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뒤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지지 않고 저장탱크에 그대로 쌓여왔다. 삼중수소는 대부분 물(H₂O) 분자 내 수소 원자 형태로 존재하고, 삼중수소가 들어간 물과 일반 물은 성질이 거의 똑같아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더 크다. 반감기가 12.3년인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붕괴하며 방사선(베타선)을 방출하면 내부 피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DNA 등 유전자가 변형돼 암을 일으키거나 생식기능 저하 등 인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현재 저장탱크 속에 보관 중인 오염수 125t의 삼중수소 방사능 총량은 860조 베크렐(㏃)로 추정된다. l당 평균 58만㏃ 수준으로 일본 배출 기준치인 l당 6만㏃을 넘어선다. 일부 오염수에는 코발트-60, 스트론튬-90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남아있다. 이들은 반감기가 길고, 해저 퇴적물이나 어류 몸속에 잘 쌓여 사람과 환경에 훨씬 위험한 물질이다.”

Q : 일본 정부는 왜 안전하다는 것인가.
A : “삼중수소를 바닷물로 400~500배 희석해 자국 기준치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의 7분의 1까지 농도를 낮춰 방출할 예정이라 안전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Q : 당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나.
A : “아니다. 오염수 방출 시설 건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승인 등을 거쳐 2년 뒤부터 방출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방류가 시작되면 폐로(廢爐) 작업이 완료되는 2041~2051년까지 20~30년에 걸쳐 꾸준히 방류된다.”

후쿠시마 원전 방류

Q : 자국민 70%가 반대하는데도 일본 정부가 강행하는 이유는.
A : “결정을 더 미룰 경우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이 없고 폐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염수는 1050기의 저장탱크에 보관하는데 지난달 중순 기준 전체 저장 가능 공간(137만t)의 91%인 125만t이 채워진 상태다. 그러나 그린피스 일본사무소의 스즈키 가즈에 활동가는 ‘원전 부지와 주변 지역에 충분한 오염수 저장 공간이 있다는 증거가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류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Q : 미국은 왜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건가.
A : “지난해 1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 결정에 근거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Q : 국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 “방류된 오염수는 구로시오해류를 따라 태평양으로 이동했다가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돈 뒤 제주도와 한반도로 유입된다. 2012년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배출된 세슘-137 확산 전망을 시뮬레이션해 ‘한국 해역에 유의미한 농도의 세슘-137이 도달하려면 방출 뒤 5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확실한 답은 없다. 일본 정부가 시뮬레이션 분석에 필요한 방출량과 농도 등의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Q : 수산물에는 영향이 없을까.
A :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이 바닷물에 충분히 희석되기 때문에 수산물을 거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안전성을 100% 담보하긴 어렵다. 후쿠시마 어민들도 ‘지역 어업에 궤멸적인 피해가 올 것’이라며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재 수입 금지 대상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뿐 아니라 일본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좌민석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내 주변 바다가 방사능으로 오염돼 해양생물 체내 축적 및 폐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연안으로 유입되면 해양생태계와 수산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Q : 국내 원전의 방류와 비교하면.
A : “월성 원전은 2019년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6700분의 1로 희석해 방류했는데 당시 방사성 물질 평균 농도가 l당 13.2Bq이었다. 오염수를 l당 1500Bq로 희석해 방류하겠다고 밝힌 후쿠시마 원전과 비교하면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총 860조Bq로 추정되는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성 물질의 양도 월성 원전에서 27년간 방류하는 양과 맞먹는다.”
천권필·이민정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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