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냐 네모냐, 배터리 '꼴의 전쟁'
원통형 양산 쉽고 저렴, 다시 주목
삼성SDI, 미 리비안 전기차에 공급
테슬라는 초기부터 원통형 장착
점유율 각형 49%, 파우치형 28%
각형·파우치형 배터리가 대세였던 전기자동차(EV)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원통형을 탑재하는 완성·전기차 업체가 늘면서다. 배터리 모양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3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리비안이 올해 6~8월 출시 예정인 전기 픽업트럭 ‘R1T’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에 탑재될 예정이다. RJ스카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셀 개발 과정에서 삼성SDI와 협력해 왔다”며 “삼성SDI 셀의 뛰어난 성능과 신뢰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9년 설립된 리비안은 아마존과 포드 등에서 투자를 받는 등 전기차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다. 이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말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스타트업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이유는 테슬라 모델을 좇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진입 직후부터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과 원통형 배터리를 공동 개발했다.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3’만 하더라도 3000~4000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촘촘하게 들어가 있다.
원통형은 각형이나 파우치형과 비교해 양산에 적합한 배터리 셀로 평가받는다. 에너지 저장용량은 파우치형보다 적지만, 양산 단가가 저렴한 장점이 있다. 또 원통형은 외관이 견고해 폭발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에너지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형별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각형 49%, 파우치형 28%, 원통형이 23%다. 1991년 일본 소니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원통형 배터리는 형태 제약 때문에 점차 시장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테슬라를 비롯해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가 늘면서 다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향후 전기차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원통형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과거 전자기기 용도 시절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했던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파우치형 전지만 생산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썼던 완성차 업체 상당수도 원통형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파우치형만 고집해온 현대차·기아도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향후 어떤 형태의 배터리가 전기차의 주류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각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들어 EV 플랫폼(E-GMP)에 파우치형 배터리뿐 아니라 원통형 제품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삼성SDI와는 향후 1~2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이브리드(HEV) 차량용 원통형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입장에선 파우치형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통형·각형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배터리 업체로부터 전기차 주도권을 빼앗아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김영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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