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만들겠다" 엔비디아, 인텔에 선전포고
엔비디아, 수퍼컴퓨터용 CPU 개발
인텔 90% 점유한 서버시장에 도전
인텔은 "연내 차 반도체 생산" 선언
바이든 요구에 화답, 삼성 고민 커져
“엔비디아가 인텔에 한 방 날렸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엔가젯이 12일(현지시간) 게재한 기사의 일부다. 그래픽 처리장치(GPU) 반도체를 제조하는 미국 엔비디아는 이날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선언했다. CPU 생산은 그동안 인텔이 주도하던 분야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5.62% 상승한 반면 인텔의 주가는 4.18% 내렸다. 나스닥 시가총액 기준으로 엔비디아(3772억 달러)는 인텔(2664억 달러)과의 격차를 1100억 달러 이상으로 벌렸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상반기 시가총액 기준으로 인텔을 제친 뒤 격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와 게임의 이용시간이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주력인 데이터센터용 반도체(GPU와 DPU)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온라인으로 개최한 행사에서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는 세 종류의 칩(GPU·DPU·CPU)을 생산하는 업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2023년 초에 우선 스위스와 미국의 국립연구소에 수퍼컴퓨터용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미 CNBC 방송은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출시는 인텔이 90% 이상을 점유한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을 넘보려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인텔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텔의 팻 겔싱어 CEO는 1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6~9개월 안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그동안 PC와 서버용 CPU 제조만 했다. 인텔은 지난달 2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짓고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계의 1·2위인 TSMC(대만)와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인텔로선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통해 반도체를 ‘국가 인프라’로 규정한 미국 정부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다. 겔싱어는 “차량용 반도체를 우선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백악관에 전했다”고 말했다.
인텔은 인공지능(AI) 분야를 키우겠다는 뜻도 밝혔다. 엔비디아의 핵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선언이다. 겔싱어는 미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인텔은 AI 분야를 주도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며 “공격적 태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텔이 최근 출시한 3세대 데이터센터용 CPU ‘아이스레이크’가 AI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CPU와 GPU는 데이터처리장치(DPU)와 함께 데이터 서버나 인공지능(AI) 운용에 쓰이는 핵심 반도체다. 엔비디아는 GPU와 DPU는 생산했지만 업계 1위 인텔이 주도한 CPU는 만들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출시가 인텔의 ‘아성’에 대한 도전이란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엔비디아의 CPU 분야 진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의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레이스도 ARM의 반도체 설계 방식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인텔·AMD의 양강 체제였던 CPU 시장이 엔비디아를 포함한 3강 체제로 변화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조속히 백악관에 ‘답장’을 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계획 중인데 투자 지역과 시점 등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승호·박형수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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