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너무 올랐어.. 재건축 호재 노원·강남, 불안한 관망세

이택현,정진영 2021. 4.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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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주요 단지 호가가 빠르게 오르지만 현장에선 아직 규제 완화 효과와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서울 외곽에선 집값 상승의 피로감으로 재건축 호재를 체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재건축 호황의 진원지인 강남 일대도 규제 완화 효과를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규제 완화로 대단지 재건축이 진행되면 집값이 오르고 서울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가까스로 관망세에 접어든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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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효과·가능성 반신반의
강남구를 중심으로 주요 재건축 단지의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내걸린 재건축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재건축 규제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주요 단지 호가가 빠르게 오르지만 현장에선 아직 규제 완화 효과와 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서울 외곽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집값 상승의 피로감으로 재건축 호재를 체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재건축 공급 효과가 발휘돼도 가까스로 안정된 부동산 시장에 다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13일 서울 노원구 일대의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기대와는 달리 서울시장 선거 전후의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노원역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를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매물 자체가 거의 없고 찾는 이도 드물다”라며 “투자자들이 매수하기는 어렵고 실수요자들이나 어쩌다 하나씩 입주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일대 재건축 사업은 최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용적률 부족 등의 문제가 해결돼 사업이 더 수월하리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집값이 너무 올라 거래가 더 이뤄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을 발표한 후 전세난이 심화하자 노원구에는 실수요자들이 몰려들어 집값이 크게 올랐다. 이후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12월 787건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2월에는 380건으로 반 토막 났다. 집계가 끝나지 않은 지난달은 250건(13일 현재)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도봉구 등 주변 지역이 2·4대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매수 문의가 또 줄었다. 또 다른 노원구 공인중개사는 “2·4대책 전까지는 매물이 시세대로 잘 거래됐는데, 점점 관망세로 접어드는 기세였고 시장 당선된 후로도 별 변화가 없다”라고 말했다. 노원구 일대에서는 집값 상승 피로감으로 인한 관망세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앞선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일대. 연합뉴스


재건축 호황의 진원지인 강남 일대도 규제 완화 효과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최근 압구정동 재건축 단 실거래가가 오르고 있지만, 이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 규제를 피하려고 조합 설립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의 첫 대상으로 언급되는 잠실주공5단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잠실주공5단지를 주로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선거 이후 가격이 올라가는데 지금 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전화가 오는데, 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며 “매매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몇억씩 올랐다는 소식이 들리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는 규제나 규제 완화 등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마다 호가가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추가 매수가 붙어 추세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서초구 한신 2차 아파트를 주로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진행이 빨라질 거라는 기대감에 호가가 오르긴 했지만, 거래가 눈에 띄게 크게 늘진 않았다”며 “최근 18억5000만원에 판다고 내놨다가 오 시장 당선되니까 그 값엔 안 팔겠다며 거둬가는 경우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실제로 규제가 완화돼 대단지 재건축이 진행되면 집값이 오르고 서울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은 기정사실이다. 집값 상승 피로감과 겹겹의 규제, 공급대책으로 인해 가까스로 관망세에 접어든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는 일단 무섭게 오르는 호가를 의식해 재건축 규제 완화에 신중한 모습이다.

일시적인 집값 상승보다 그로 인해 얻게 될 공급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재건축을 안 해도 가격은 계속 오르지만, 재건축을 하면 단기간에 가격이 오르고 공급되는 시점에는 떨어진다”며 “지금 강남 지역 재건축 호가 상승은 예상된 것이고, 이걸 막기 위해 속도 조절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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