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모범은커녕..근무시간에 술판, 도우미까지 불러
군수·부군수 포함 17명이 참석해
창녕군, 5명 모여 도우미까지 7명
신고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경남 창녕군과 하동군에서 공무원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술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창녕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창녕읍의 한 식당에서 창녕군 공무원 4명과 민간인 1명이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뒤 가요주점을 방문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이다.
가요주점에 들른 일행은 이곳에서 노래방 도우미 2명을 더 불러 술을 마셨다. 이런 사실은 가요주점에서 공무원들이 도우미를 불러 술판을 벌이는 것을 목격한 A씨가 지난달 31일 군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이후 공무원 등은 A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요주점에서 도우미를 불러 술판을 벌인 것을 목격한 A씨가 이후 ‘공무원이 성매매했다’는 취지의 소문을 내고 다녀 해당 공무원이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해당 공무원과 A씨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녕군은 감사에 착수해 공무원과 민간인 등 5명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과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관련 공무원들을 직위 해제하고 징계하기로 했다. 또 12일 재발 방지를 위한 복무 기강 확립 특별 교육을 했다. 한정우 창녕군수는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에 일부 공무원이 군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하동에서는 윤상기 하동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방역 지침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경남도에 따르면 윤 군수와 부군수, 국장(4급) 3명, 과장(5급) 5명 등 모두 17명은 지난 2월 19일 오후 5시28분에서 43분 사이에 하동읍내 한 식당에서 술과 음식을 나눠 먹었다. 앞서 오후 5시쯤 하동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1년 사무관 임용장 수여식’을 마친 후 열린 승진 축하 자리였다. 당시 경남도는 지난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5명 이상 예약 및 동반 입장을 금지하는 등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근무시간이 종료되기 이전에 사무관 승진 축하 모임에 참석했고, 출장명령 등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 없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등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경남도 감사위원회 결론이다.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윤 군수는 경고조치 하고, 나머지 공무원 중 12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처분을 하도록 하동군에 요구했다.
이런 사실은 사무관 축하 모임을 하는 식당에 들른 한 손님이 ‘일과시간에 공무원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고 112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윤 군수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지난 2월 24일 ‘하동군 공무원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며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취지의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민 서모(75)씨는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한 것도 모자라 술판까지 벌인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공직기강 해이를 바로 잡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만개 '동전 월급' 보복당한 美직원…새 지폐로 바꿔준 은인
- "시신 구한다" 부유층 의뢰에 산 사람 납치해 화장…中 사회 충격
- 정경심측 "스펙 추구하는 입시 현실이 문제…전부 무죄다"
- 한국 최대 먹거리 ‘반도체’ 흔드는 바이든
- "주도적으로 패한 민주당이란다, 그들의 반성은 가짜다" [진중권의 퍼스펙티브]
- [알려드림]‘36억 궁전’서 자볼까? 우주선 닮은 모터홈의 실체
- “소유보다 경험” 물건 필요하면 중고품부터 찾는 MZ세대
- 한수산 "내 원고 본 스승 황순원 불쑥 '너 연애 못하지?'"
- 'LH 원정 투기' 의혹 풀 열쇠는…전북 의사와 부촌 아파트
- 이규원 사건 한달째 뭉갰다…"수사방해처" 조롱받는 공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