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에게 닥친 비극.. 모텔서 태어나 뇌출혈 중태

최민우 2021. 4. 1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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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생후 2개월 여자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의 객실 모습. 연합뉴스


인천 한 모텔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생후 2개월 여자아이가 인근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중태에 빠졌다.

주거급여를 받을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던 A양의 부모는 모텔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A양은 병원이 아닌 모텔방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친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뒤 친부 혼자서 A양과 A양의 오빠(2)를 돌봤다.

발견 당시 A양은 호흡을 하고 있었으나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머리에는 멍자국이, 코에는 출혈이 있었다.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아버지 B씨(27)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B씨는 딸 아이를 안고 있다가 실수로 벽에 부딪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딸이 숨 안 쉰다” … 팔·다리 청색증, 코에서 출혈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B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B씨는 최근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딸 A양을 학대해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0시3분쯤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이 모텔로 출동했을 당시 A양은 호흡을 하고 있었으나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B씨는 A양의 상태를 확인하던 구급대원에게 “밤 11시쯤까지 딸 아이 상태는 괜찮았고 울다가 자는 것도 봤다”며 “어디서 떨어진 적도 없는데 아이 상태가 이상해 곧바로 119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도착해 보니 아이 아버지가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었다”며 “호흡이 정지된 상태가 좀 지난 것처럼 아이의 팔과 다리에서는 피부가 푸른색을 띠는 청색증이, 코안에서는 출혈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모텔 내부는 좀 허름하기는 했어도 심하게 어지럽혀진 상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A양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13일 생후 2개월 여자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의 객실 모습. 연합뉴스

아버지 긴급체포… 어머니는 사기 혐의 구속 상태

경찰은 머리에 든 멍자국 등 B양이 학대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고 B씨를 긴급체포했다.

의료진은 1차 구두 소견으로 A양의 두개골이 골절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지만, 정밀 검사 후에는 머리뼈가 부러지진 않았으나 뇌출혈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B씨는 경찰 초기 조사에서 “딸 아이를 안고 있다가 실수로 벽에 부딪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 발생 당시 모텔 방에 없었던 B씨의 아내 C(22)씨는 사기 혐의로 이미 이달 6일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보증금 문제로 집주인과 갈등을 빚다가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천시 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B씨 부부와 1주일 넘게 연락이 닿지 않자 이달 5일 경찰에 공문을 보내 소재지를 확인해 달라면서 수사를 의뢰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올해부터 A양의 오빠가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 대상에 포함돼 지난달부터 A양 부모에게 계속 연락했다”며 “전화는 꺼져 있는 데다 문자 메시지 답장은 없었고 주소지로 등록된 빌라에도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있었다”고 말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C씨는 지난해 7월 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정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아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였고, 체포된 당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없이 곧바로 구속됐다.

보육원 입소 절차 밟던 중 사고… 사건 당일이 건강검진 날

B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 월세를 얻고 전입 신고를 했으나 보증금 문제로 부평구 일대 모텔 여러 곳을 옮겨 다녔다. A양도 2개월 전 한 모텔에서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족은 주거급여 수급자로 분류돼 매달 15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긴급생계지원 서비스를 신청해 3개월간 100만원씩을 지원받기도 했다.

B씨는 아내가 갑자기 구속되자 행정복지센터에 아이들을 가정 위탁할 곳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다소 늦어져 혼자서 1주일간 남매를 돌봤다.

이날 A양 남매는 보육시설 입소 전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B양이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오빠만 혼자 미추홀구 한 보육시설에 입소했다.

해당 모텔 업주 김모(56)씨는 “아빠 혼자서 어린아이들 2명을 키우기 힘들어 보여 밥을 차려준 적이 있다”며 “아무래도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보채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후 19개월 오빠도 계속 분유를 먹이길래 이유식을 사서 넣어주기도 했다”면서 “오늘 방 정리할 때 보니 그대로 남아있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아내가 체포된 후 A씨가 혼자 모텔 방에서 어린 남매를 돌보다가 양육 스트레스로 B양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학대 정황이 담긴 메시지가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돼 피의자를 체포했고 정확한 경위는 조사하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할지는 검토 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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