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선거개입' 불기소 결정문엔 "조국·임종석 범행 강한 의심"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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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공천 위해 경쟁자 매수 의혹…"강한 의심"
13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공개한 이들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서 검찰은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순차 의사 전달을 통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현재까지 확인 가능했던 증거나 정황들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가 부족하다"고 적시했다.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과 공모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당내 경선 없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단독 공천받은 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심규명 변호사에게 공사직이나 공공기관 사장직을 제안하며 당내 경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송 시장이 당내 경선을 치르지 않고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당내 경쟁자인 임 전 위원을 회유하는 선거 전략을 수립한 사실 ▶임 전 최고위원이 2017년 6월부터 임 전 실장과 한 전 수석 등에게 오사카 총영사 등의 자리를 원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원하는 자리를 얻으면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던 사실 ▶송 시장이 2017년 10월 청와대에서 임 전 실장을 만난 직후인 같은 달 24일 임동호 전 최고위원 측에 '심규명은 불출마로 정리될 것 같다. 임 전 최고위원도 불출마하면 원하는 자리를 챙겨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했다.
특히 송 시장의 선거 준비 모임에 참석했던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이 언급돼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업무수첩에 기재된 선거전략대로 일이 실행된 정황도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들은 자리 제공을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하고, 송병기의 수첩 기재 내용만으로는 후보자 매수 논의나 지시·부탁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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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김기현 수사 알고 있던 정황있지만 혐의 입증 부족"
검찰은 조국 전 수석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기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있었던 정황은 있으나 그것만으로 하명수사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힘들고,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기소된 다른 피고인을 포함단 청와대 관련 피의자들이 조국 전 수석의 보고 및 관여에 관해 부인했기 때문에이다.
이광철 비서관의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김기현에 관한 첩보를 보고받고 이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하고, 이 첩보가 경찰에 하달된 직후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이 관련 동향을 파악한 정황이 있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관련자들의 진술을 볼 때 공범에 이를 정도로 관여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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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밀 알려줬지만 "심각한 위협 아니"라며 무혐의
검찰은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2017년 10월 11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송 시장에게 "예비타당성조사 중이던 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은 통과 가능성이 낮고, 정부가 이를 최대한 빨리 발표할 계획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지역 대선 공약인 공공병원 건립을 선고공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사실을 수사로 밝혀냈다. '산재모병원'은 경쟁 후보였던 김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내부 처리 방침을 전달한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자에게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정보"라면서도 "누설될 경우 해당 사업 추진 또는 수행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정도의 비밀까지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장 전 행정관과 송 시장 등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도 무혐의 처분했다.
이번 사건은 2019년 11월 수사에 착수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한 채 1년 5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관련 인사의 통화 내역을 포함한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집행 및 임의 제출 거부가 있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학살' 인사로 기존 수사팀이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4·15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소환에 응하지 않는 참고인이 많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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