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키맨' 임종헌 재판서 조선일보가 소환된 이유

강연주 2021. 4. 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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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측 2월 보도 근거로 재판장 겨냥.. 윤종섭, 헌법 103조 읽으며 '독립성' 강조

[강연주 기자]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법대에 앉은 36형사부 구성원 모두 대한민구 헌법 103조 정한 법관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윤종섭 재판장이 재판 말미에 "끝으로 한 말씀 드리겠다"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난 3월 23일 사법농단에 연루된 이민걸·이규진 전 판사에게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장이다. 그는 3개월 만에 재개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서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를 언급했다. 조금은 이례적인 설명이었다. (관련기사 :  사법농단 판사 첫 유죄... 칼끝 양승태·임종헌 겨눴다. http://omn.kr/1sk3o) 

재판장이 헌법 103조 언급한 이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9년 4월 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재판장(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부)은 13일에 진행된 임 전 차장 재판 공판에서 '고민', '힘듦', '독립' 등의 단어로 현 재판부의 상태를 표현했다. 이어 임 전 차장(피고인) 측을 향해서는 '경청', '보장', '신뢰' 등의 단어를 강조했다. 이는 윤 재판장 본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앞서 형사합의36부는 이민걸·이규진 전 판사 1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이 공범'이라는 판단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동시에 해당 재판부가 임 전 차장의 사건을 심리하는 만큼, 임 전 차장 사건에 대한 판결 심증이 이미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재판 공정성에 비판이 제기되자, 해당 재판부는 공판 진행에 앞서 임 전 차장 측에 ▲재판부 변경을 원하는지 ▲이민걸·이규진 전 판사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서면 답변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 '부적절한 요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날 윤 재판장은 "앞선 선고 직후 재판부 모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힘든 상태였다. 소송 관계인들이 판결 선고를 어떤 의미로 여길지 고민했다"면서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이 법원은 소송 관계인으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측은 사실상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임 전 차장의 혐의 상당부분이 앞선 유죄 판결과 맞닿아있던 만큼, 입장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이민걸·이규진 1심 선고는 동일 재판부의 잠정적인 심증에 불과할 뿐"이라며, 앞서 이뤄진 선고가 기피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선일보> 논리 그대로 가져온 임종헌 변호인   
 
 <조선일보>는 지난 2월 11일 지면에 '윤종섭 '사법농단 단죄해야' 발언 후 그 재판부로 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윤 재판장이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앞에서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으며 김 대법원장이 그를 해당 재판부에 배치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조선일보
한편, 이날 임 전 차장 측은 공개 법정에서 윤 재판장과 김명수 대법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아래와 같은 사실조회 신청을 요구했다.

▲ 2017년 10월 김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관한 일선 판사 의견 청취 목적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10명을 초청해 면담한 사실이 맞는지 ▲맞다면 초청된 10명은 누구인지 ▲ 이 가운데 면담 자리에서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연루자들을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고 한 부장판사는 누구인지에 대해서다.

임 전 차장 측이 마지막 세 번째 사실조회 신청에서 언급한 익명의 '부장판사'는 윤 재판장이다. 변호인 측의 사실조회 신청은 <조선일보>의 2월 11일자 '윤종섭 '사법농단 단죄해야' 발언 후 그 재판부로 갔다' 보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통해 윤 재판장이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앞에서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으며 김 대법원장이 그를 해당 재판부에 배치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조선일보> 기사가 사실이라면 (중략)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자들에게 중형을 내리라는 김 대법원장의 의중이 해당 재판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임 전 차장 측이 문제 삼은 2017년 당시는 법원 여론은 '사법농단 진상 규명'으로 기울어졌던 시기였다. 2017년 2월부터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이 잇따라 보도되며 관련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던 시점이었고,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5월 29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 뒤이어 7월 24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에 '블랙리스트 의혹'의 추가 조사를 요구했고, 김 대법원장은 이에 따라 9월 25일 첫 출근 직후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 조사 및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이유가 종합적으로 고려돼, 임 전 차장은 2019년 6월 2일 윤 재판장을 상대로 낸 '재판부 기피신청'에서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조차 모두 '기각' 판정을 받았다.

검찰 역시 이를 언급하며 "이미 대법원은 본건 재판부 기피신청 재판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고, 재판부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사실상 해소됐다"라며 "사실조회 신청이 공정성에 대해 새로운 의문제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소사실 입증이나 양형 판단에 필요한 내용도 아니라서 기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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