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실탄' 확보하는 정의선,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추진하나

김영민 2021. 4. 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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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현대 계동사옥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을 방문해 아산 정주영 창업주의 흉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상장(IPO)을 추진하고 나서 현대차그룹의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국내 도급순위 7위의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51) 현대차그룹회장이 약 12%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시가총액을 10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어 상장에 성공하면 정 회장은 1조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되나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증권업체 다수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하나금융투자,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 26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뒤 다음 달 초 주관사를 확정하고, 이르면 올 3분기(7~9월)에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팔아 '실탄'을 확보하면 현대모비스나 현대차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팔아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을 통해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최대주주가 현대차(21%)이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차→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이같은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현재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이 2.6%(약 1조2900억원어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5.3%·약 2조6000억원어치)을 상속받더라도 안정적인 지배를 위해서는 현대차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3년 전 불발됐던 지배구조 개편작업 때처럼 현대모비스를 활용하려고해도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현재 0.32%(약 910억원어치)다.


정의선, 현대차·모비스 지분 확대 필요
금융투자(IB) 업계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를 10조원 정도로 평가한다. 13일 현재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49조2100억원, 현대모비스는 28조5800억원 수준이다. 이를 반영해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약 12%)을 매각할 경우, 현대차 지분은 약 2%, 현대모비스 지분은 3.5% 가량을 매입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 현대건설’로 삼성물산을 제치는 확고부동한 1위 건설사로 자리매김해 최대한 기업가치를 키운 뒤 정 회장이 지분을 전략적으로 매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2014년 정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현대엠코'를 합병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상장을 위한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계획·일정은 추후 정해질 계획"이라고 답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주택·아파트 사업에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동 사용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IPO 이후, 건설과 합병 가능성도
현대차그룹은 건설 계열사 이외에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등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약 1조600억원어치), 현대오토에버는 7.3%(약 1900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 회장은 연말까지 보유 지분을 20%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감독 대상이 기존 대비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진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일 때만 감독 대상에 들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2018년과 비교해 얼마나 시장의 공감을 얻어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3년 전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려고 했지만,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반대 등으로 인해 자진 철회한 바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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