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3명 뽑는다더니 19명..공수처 탈락자들 소송도 검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소속 검사 정원(처장·차장 제외 23명)에 못 미치는 19명(부장검사 2명, 평검사 17명)만 청와대에 추천한 것을 두고 탈락한 지원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는 소송도 검토 중이다. 최종 추천 인원이 사전 공고한 임용 대상 인원과 달라 지원자들의 신뢰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 지원자 중 탈락자 일부는 공수처가 임용 대상으로 공고한 23명(부장검사 4명, 평검사 19명)보다 적게 선발해 추천한 건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이 중엔 소송 여부를 고민하는 탈락자도 있다고 한다.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행정기관의 언동에 대한 개인의 신뢰에 보호가치가 있는 경우 그 신뢰는 보호돼야 한다는 일반 원칙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25명 이내로 하고(8조 2항),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검사 추천 인원은 임용 예정 인원의 2배수 이내로 한다(공수처 검사 인사규칙 8조 2항). 공수처는 지난 1월 24일 ‘검사 임용 지원 안내’를 통해 부장검사 4명, 검사 19명 등 총 23명이 임용 대상이라고 공고했다. 임용 예정 인원이 23명이므로 공수처 인사위가 검사로 추천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6명이었다.
그런데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 2일 3차 회의 뒤 19명만 뽑아 청와대에 추천했다. 이를 두고 일부 검사 지원자들은 공수처 검사 채용 전형 결과 적어도 23등 안에 들면 추천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공수처가 저버렸다고 주장한다. 기업 등 채용 전형에선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원을 ‘0명’ ‘00명’으로 표기하거나 ‘실제 채용 인원은 추후 변경될 수 있다’ 등의 문구를 넣는 경우가 있지만, 공수처는 그러지 않았다.
과거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81년도 전북대 정법대학 입학전형 당시 지원자는 253명으로 대학 측이 공고한 정원(260명)에 미달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253명 모두를 합격시키지 않고, 각 단과대 학장회의에서 정한 기준(만점의 60% 이상 성적)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불합격 처분했다. 이에 불합격된 수험생 2명이 당초 대학 측 공고에는 이 같은 기준이 없었다는 이유로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는데 대법은 1982년 7월 “모집요강에 공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런 공시가 없다고 해서 수학능력 유무에 불구하고 지원자 전원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새길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부에서 정한 선발기준 하한선이 명확했던 점이 고려됐다.
그런데 공수처의 경우 정원 미달을 감수하고 떨어뜨릴 수 있는 이른바 ‘절대 기준’이 알려진 적이 없다. 임용 공고에 ‘인품·능력·적성·청렴성·건강 등을 고려하여 수사처 검사의 직무 수행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임용 기준으로 제시하고, 면접시험을 통해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등 5개 항목을 평가한다고 안내한 게 전부다.
또 공수처 검사 지원자는 총 233명(부장검사 40명, 평검사 193명)으로 각각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 중 서류전형을 통과해 면접에 참여한 인원도 총 209명(부장검사 37명, 평검사 172명)으로 정원을 훌쩍 초과했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원자가 넘쳤는데도 임용 예정 인원인 23명 중 4명을 왜 비워놨는지, 19명 외 나머지는 어떤 기준으로 탈락시킨 건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며 “애당초 공고한 대로 뽑지 않았을 때 침해받을 지원자의 신뢰이익보다 큰 공익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1995년 영남대 대학원 입학시험 결과 불합격한 수험생이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은 수험생의 손을 들어줬다. 학칙과 입학시험요강 등에는 전혀 규정하지 않았다가 채점이 모두 끝난 시점에 새 규정을 적용한 게 명백했기 때문이다. 대법은 1997년 7월 “사전 입시전형요강에 의하면 합격하게 돼 있는 수험자에 대하여 불합격 처분을 한 것은 입학 사정의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 내지 남용한 것이라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10일 여당이 주도한 공수처법 개정 당시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에서 수사·조사 업무 경력이 통째로 빠진 게 이 같은 혼란의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추천된 부장검사 중엔 수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고, 수사 경험이 있는 지원자가 탈락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과연 객관적인 능력만 살핀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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