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과 정은경의 '자가진단키트' 사용법, 이렇게 달랐다
[박정훈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방문해 의료진들을 격려한 후 이동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자가진단키트' 사용법은 확연하게 달랐다.
방역당국은 지난 1일부터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12일 자가진단키트 승인을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노래연습장에 현재 의료진이 검사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활용한 시범사업 시행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항원검사키트와 자가진단키트는 '검체를 누가 채취하느냐'가 다를 뿐, 항체를 검출해내는 검사 원리는 동일하다.
얼핏보면 방역당국과 '오세훈 서울시'의 방향이 같아 보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딴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 방역당국 관계자들은 '자가진단키트'에 대해 12일 브리핑에서부터 '자가검사키트'로 명명했다. 명확한 코로나19 진단을 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이 밝힌 계획에서 자가진단키트는 일종의 '허가증'이다. 자가진단키트 사용을 통해 코로나19를 빠르게 검사하고, 음성이 나온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하게 하면 노래연습장이나 기타 '마스크를 벗는'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감염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즉, 오 시장은 '서울시 거리두기 매뉴얼'을 통해 유흥시설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일부 완화하고, 그 대신 방역을 강화하는 방침으로 '자가진단키트'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확도 떨어져... "환자 50% 잡아내지 못해"
지난해(2020년)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신속항원검사키트인 에스디바이오센서의 'Standard Q COVID-Ag Test'를 검체 680개를 사용해 평가한 결과, 일반적으로 코로나19 진단에 사용되는 유전자증폭검사(PCR 검사)와 비교했을때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는 29%, 특이도(음성을 음성으로 진단하는 비율)는 100%로 나왔다. 이를 국내 신규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추정되는 민감도도 41.5%에 불과했다.
1일 대한의학회지 JKMS에 발표된 서울대병원 연구진의 평가에선 더욱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1월에 역시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Standard Q COVID-Ag Test'를 사용해 검사를 했는데, PCR 검사 대비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17.5%, 특이도는 100%였다. 바이러스양이 적은 검체에서는 민감도가 더욱 낮게 나타났다.
백경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속항원검사키트 민감도 50% 가정해도, 국내 유병율 0.2% 상황에서 10만 명 검사하면 환자 200명 중 100명 진단하고 나머지 100명은 위음성으로 놓친다"라며 "위음성, 위양성 케이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 없으면 혼란만 야기한다"라고 강조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3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식약처는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을 통해 "임상 검체의 확보를 지원하고, 허가 신청 이전부터 전담심사자가 검토와 자문을 맡게 하는 등 통상 8개월이 소요되는 개발기간을 두 달 이내로 단축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민감도가 떨어지는 자가진단키트를 시중에 바로 유통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정은경 청장은 자가진단키트(자가검사키트)의 편의성이나 접근성을 인정하면서도, '정확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정 청장은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코로나19 브리핑에서는 "어쨌든 검사가 일정 수준 이상 정확도가 담보가 되는 그런 (자가진단키트) 제품들이 도입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도입에 대한, 활용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한 그런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관계부처와 업계에서 계속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라며 "정확성이 담보된 그런 키트를 개발할 수 있게끔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그런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유흥업소 출입 목적으로 사용 안 돼... 선 그은 질병청"
신속항원검사는 일반적인 PCR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심지어 자가진단키트는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이 사용함으로써, 코 안쪽(비인두)에서의 정확한 검체 채취가 더 어려워진다. 노래연습장에서 '일회성 검사'의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며, 오히려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시민들의 경각심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3일 방대본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는) 의료를 지탱하기 위한 보조적 방법이다. 다중이용시설의 출입을 위한 그런 목적으로는 현재까지 판단하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정확도가 낮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검체 채취의 편의성을 높여 감염을 조기에 발견하는 보조적 수단의 장치"라며 "자가검사키트는 분명히 편리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판단해야 할 영역으로, 당초의 목적에 맞는 사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전제로 한 유흥업소 등에 대한 방역수칙 완화는 어렵다"면서 "보급을 한다거나 국가적 사업의 용처가 될 곳은 집단생활을 하는 곳이라든가 기존에 발생 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자가진단키트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역시 1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가진단키트 검사 후) 음성이 나왔으니까 노래방 가서 마스크 벗고 노래해도 된다, 이건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라며 "우리나라 환자 발생 수준이 좀 더 낮아져서 1단계 수준이 되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환자가 발생이 많은 상황에서는 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시범 사업을 하는 것은 좋은데 노래연습장보다는 보육시설이나 콜센터 등 이렇게 감염 위험이 좀 높은 곳에서 해 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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