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공정성 우려'한 임종헌에 재판장 "헌법 양심에 따라 판단"

임주언 2021. 4. 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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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겨냥해 재판 공정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임 전 차장 측은 2019년 6월 재판부가 예단을 갖고 재판을 진행한다며 기피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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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겨냥해 재판 공정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법원장의 의중과 담당 재판장을 둘러싼 언론보도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임 전 차장 변호인은 “그간 대법원장이 보인 태도를 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게 중형 선고를 하라는 의중을 비쳤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 판사 10명을 초청해 면담을 진행했는지, 참석한 판사는 누구인지, 당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조회 대상이다.

임 전 차장 측이 사실조회를 한 것은 두 달 전 언론 보도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2017년 10월 김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관련해 판사들과 면담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재판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가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관련 면담에서 대법원장이 속으론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을 바라지만 겉으론 찬성하지 않는 것처럼 말했던 태도 등에 비춰 봤을 때 피고인은 보도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사실조회를 통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 측은 “재판의 공정성 시비는 이미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임 전 차장 측은 2019년 6월 재판부가 예단을 갖고 재판을 진행한다며 기피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사실조회를 신청한 내용이 공정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 제기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듣고 추후 결정해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지난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에게 첫 유죄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앞서 재판부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유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양측에 통보했다. 임 전 차장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36부와 이 전 실장 등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형사32부의 구성이 같아서다. 해당 판결문에는 임 전 차장과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문장이 포함돼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관련 사건 판결의 의미에 대해서 피고인 의견을 개진하라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관련 사건 판결은 별건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해당 판결에 구속되지 않고 본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소송 관계인으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의견을 구했던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듯 재판 말미에 “한 말씀만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리하도록 규정한다”며 “여기 앉아있는 3명의 판사가 모두 헌법 103조가 정한 법관이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판사로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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