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 묘연한 다빈치 그림, 사우디 왕세자 요트에 걸려있었다
'최고가' 5000억원 낙찰 뒤 행방 묘연
2019년 루브르 전시 기대됐지만 무산
당시 사우디 "모나리자 옆 전시" 요구
루브르 "모나리자 옮길 수 없어" 거절
미술품으로는 사상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뒤 행방이 묘연했던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구세주)’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초호화 요트에 걸려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전시가 무산된 사연도 뒤늦게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 측의 기싸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관리와 관련 문건 등을 인용해 이같은 사연을 전했다.
WSJ에 따르면 살바토르문디는 지난해 말까지 홍해에 정박했던 살만 왕세자 소유의 최고급 요트 ‘세레네’에 걸려 있었다. 이후 정비 작업을 위해 요트를 네덜란드로 옮기면서 그림은 사우디 내 비밀 정소로 옮겨진 상태다.
그림의 전시를 놓고 사우디와 프랑스가 자존심 싸움을 벌인 정황도 드러났다. 사우디 측은 살바토르 문디를 대여하는 조건으로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적인 소장품이자 역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인 ‘모나리자’ 옆자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프랑스 측은 모나리자와 살바토르문디를 나란히 놓는 것은 어렵다며 이를 거절했다. 모나리자는 특수유리 칸막이로 보호하고 있어 이를 꺼내 옮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 측은 살바토르문디를 프랑스까지 배로 실어 옮겼으나, 대여 조건을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결국 전시가 무산됐다.
살바토르 문디는 현재 20점도 안 남은 다 빈치의 작품 중 하나다. 축복을 내리는 예수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오랫동안 유실 상태였다 2005년 다시 발견됐다. 2017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술품으로는 사상 최고가인 4억 5030만 달러(약 5060억원)에 낙찰됐는데, 당시 미술계에선 사우디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들였다는 소문만 돌았다. 경매 후 자취를 감췄던 그림을 놓고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리는 ‘다빈치 서거 500주년 전시회’에 공개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결국 이런 사연으로 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시가 무산되자 루브르 측은 그림의 진품 감정 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보류했다. 살바토르 문디는 다 빈치가 아닌 다 빈치의 제자들에 의해 그려진 작품이라는 말도 돌았다. 이에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이 작품을 루브르 측으로 보내 진품 감정을 받았다.
프랑스 박물관 연구·복원센터는 X레이 형광 분석기와 적외선 스캔 등을 통해 일주일간 그림을 감정했다. 감정 과정에서 그림이 그려진 나무판자가 다 빈치가 다른 작품에서 사용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의 호두나무인 것을 확인했다. 작품에 쓰인 고운 유릿가루를 섞은 물감도 다 빈치가 말년에 사용한 기법이었다.
NYT가 입수한 감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장뤼크 마르티네 루브르 박물관장은 “출판물에 제시된 근거는 이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임을 입증한다”고 적었다. 루브르 측은 이 감정평가를 자세하게 담은 카탈로그를 제작해 전시회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시가 무산되면서 루브르는 관련 내용을 카탈로그에서 뺐다.
익명의 사우디 관리는 WSJ에 “당시 양쪽 모두 양보하지 않았다”며 “양국 간 심각한 외교 갈등까지는 아니지만, 왕세자는 프랑스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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