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재탄생되는 명품.. 감정도 척척

신민경 2021. 4. 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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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인만큼 1층에는 프라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입점했다.

김 대표는 '기술이 곧 생계'라는 생각에 명품 수선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전남 여수에서 서울로 상경했다고 말했다.

통상 백화점 내에는 명품 수선샵이 상주해 있는데,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눈에 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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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을 찾아서.. '더현대 서울' 입점 Chul's Repair Shop 김병철 대표
사진=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올해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인만큼 1층에는 프라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입점했다. 구찌, 지미추 등의 명품 구두 매장이 줄선 2층에는 낯선 이름이 눈에 띄었다. ‘Chul’s Repair Shop’(철’s 수선). 쟁쟁한 브랜드와 겨뤄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한 곳은 다름 아닌 명품 수선실이었다. 주인은 명품 수선업계에 20년 몸담아온 명품 수선 장인 김병철(45·사진) 대표. 벗겨지고 뜯어진 명품 가방을 감쪽같이 고쳐내는 그의 손기술은 대형 백화점의 구미까지 당기게 했다.

철’s 수선은 명품 신발, 명품 가방을 전문적으로 고치는 곳이다. 손상된 제품을 고객이 가져오면 상담한 뒤 작업에 돌입한다. 수선, 염색, 클리닝, 리폼, 도금, 장식 제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총 4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12명의 명품 수선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

김 대표는 25살 처음 명품 수선업계에 입문했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경제 전반이 침체돼 있었는데 명예퇴직으로 직장에서 물러나는 선배들의 뒷모습에 불안에 떨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김 대표는 ‘기술이 곧 생계’라는 생각에 명품 수선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전남 여수에서 서울로 상경했다고 말했다. 처음 명품을 접한 곳은 2000년 조부께서 운영하는 명품 수선실 ‘명동사’였다. 가게를 찾는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 그의 첫 업무였다. 수년 간 눈동냥으로 보고 배운 끝에 명품 수선을 손에 익힐 수 있었다.

기술력은 입소문에서 증명됐다. 김병철 대표는 가장 뿌듯했던 순간에 대해 묻자 2002년을 꼽았다. “2002년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을 거에요. 당시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병지 선수 매니저라는 분이 가게에 찾아왔더라고요. 골키퍼는 선수들이 강하게 차는 공을 손으로 막아내야 하잖아요? 충격을 줄이면서 손이 편하도록 장갑에 가죽을 덧대 드렸죠. 수선 기술력이 축구 국가대표 선수에게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뿌듯하더라고요.”

항상 보람찬 순간만 있던 건 아니다. 명품을 알아보는 안목은 때론 제품을 들고 찾은 고객을 화나게 만들기도 했다.

“명품을 손에 잡은 지 수 십년 되니까 진품, 가품 알아보기 식은 죽 먹기가 됐죠. 가끔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분들께서 감정 의뢰하러 자주 매장을 찾아오셨는데 가품인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가품이라고 말씀드리자 같이 왔던 커플이 눈앞에서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기도 하고 곤란했던 적이 몇번 있었죠. 지금은 제품 감정을 중단했어요.”

기술에 자신감이 붙은 김 대표는 조부로부터 독립을 꿈꿨다. 고향에 있는 두 동생과 사업을 시작해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05년 여수에서 형제들을 서울로 불러 모았다.

“서울에서 기술을 배워보니 사업성이 충분히 있는 거예요. 형제들과 명품 수선실을 개업하면 함께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렇게 모인 삼 형제가 압구정 갤러리아 사거리에 자리를 잡았어요. 세도 비싸니까 살던 전셋집도 월세로 돌렸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전기 공사부터 미장까지 삼형제가 직접 했다니깐요.”

압구정에서도 진가는 통했다. 통상 백화점 내에는 명품 수선샵이 상주해 있는데,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눈에 띈 것이다.

“기존에 백화점에서 계약 맺고 있던 수선샵이 있었는데, 고객 불만 접수가 많아 고민이라며 저희와 한번 계약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해서 압구정 현대백화점과 시작한 인연이 올해로 벌써 7년째네요.” 유명해진 철’s 수선은 명품 브랜드 수선 계약도 따내기 시작했다. 현재는 10여개 명품 브랜드와 수선 계약을 맺고 있다.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철's’ 이름을 내건 브랜드 론칭이다. “지금껏 수많은 브랜드를 수선해왔잖아요. 브랜드마다 여러 장점이 있는데, 각각의 장점을 녹여 철’s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견고하고 튼튼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자인 공부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김병철 대표는 듣고, 보고, 만지고 오늘도 명품을 공부한다.

신민경 쿠키뉴스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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