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품삯이면 술 맛있는 집으로.." '막걸리 빚기' 문화재 된다
특정 보유자·단체 없이 무형문화재 예고
물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술, 막걸리. 가격도 저렴해 서민의 애환을 달래온 전통주다. “같은 품삯이면 새참으로 나오는 막걸리가 맛있는 집으로 일하러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농번기에 필수인 농주(農酒)로 기능했다. 오늘날에도 신주(神酒)로서 건축물의 준공식, 자동차 고사, 개업식 등 여러 행사에 제물로 올라간다.
이 같은 ‘막걸리 빚기 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13일 막걸리를 빚는 작업은 물론 다양한 생업과 의례, 경조사 활동 등에서 막걸리를 나누는 전통 생활관습까지 포괄해 신규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2019년 ‘숨은 무형유산 찾기’와 ‘국민신문고 국민제안’을 통해 국민이 직접 국가무형문화재를 제안하여 지정 예고되는 첫 사례다.
막걸리의 ‘막’은 ‘마구’와 ‘빨리’, ‘걸리’는 ‘거르다’라는 뜻. 이름에 표현된 대로 일반적인 쌀 막걸리는 쌀을 깨끗이 씻어 고두밥을 지어 식힌 후, 누룩과 물을 넣고 수일 간 발효시켜 체에 걸러 만든다. 박정배 맛 칼럼니스트는 “『청구영언(靑丘永言·1728년)』에 '달괸 술 막걸러'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를 ‘마구 거른 술’이란 뜻의 막걸리 초기 어형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중앙선데이’ 2020년 8월1일자 25면 재인용).
일제 강점기 때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빚는 술)를 금하면서 많은 가양주들이 사라졌지만 막걸리는 명맥을 유지했다. 박정희 정부 땐 쌀을 밥 지어 먹는 데 쓰자며 1963년 밀가루로만 막걸리를 만들게 했다. 1977년에야 쌀 막걸리가 돌아왔고 양조장에서만 허용되던 막걸리 빚기는 1995년부터 집에서도 가능하게끔 규정이 바뀌었다.
막걸리는 멥쌀, 찹쌀, 보리쌀 등 곡류로 빚기 때문에 삼국 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관련 내용들이 확인되며, 고려 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등 문인들의 문집에도 막걸리로 추측되는 ‘백주(白酒)’ 등의 용어가 나온다. 조선 시대 『춘향전』 『광재물보』에서는 ‘목걸리’ ‘막걸니’ 등 한글 표기를 찾아볼 수 있다.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 각종 조리서에서도 막걸리 만드는 방법이 등장한다.
문화재청은 “다만 막걸리 빚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서 앞서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와 마찬가지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가무형문화재는 총 11건으로 아리랑, 제다,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 제염, 온돌문화, 장 담그기, 전통어로방식‧어살, 활쏘기, 인삼재배와 약용문화 등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30일 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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