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 전사한 비밀공작 '켈로부대'..보상금 고작 1000만원
공론화 21년만에 보상 길 열렸지만..
"오랫동안 방치하다 생색내기 하는 수준"
6ㆍ25 전쟁 때 적진에 침투해 목숨을 걸고 첩보 활동을 펼쳤던 미군 소속 한국인 첩보부대인 이른바 '켈로부대' 출신 대원들이 정부로부터 보상 성격의 공로금을 받는 길이 열렸다. 13일 국방부는 '6ㆍ25 전쟁 전후 적 지역에서 활동한 비정규군 공로자 보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며 오는 10월 13일부터 공로금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당시 김성호 민주당 의원이 잊혔던 켈로부대원들의 활약상과 피해를 공론화한 지 21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정작 공로 금액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인당 1000만원 수준에서 공로금을 지급할 계획인데 반해, 켈로부대원들은 "명예 회복 차원에서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김상기 KLO전우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에 "5명 중 4명 이상이 전사하며 극비 임무를 수행했는데도, 그동안 국군 소속이 아닌 유엔군 소속이라 보상을 못 하겠다고 버티던 정부가 생색내기 수준으로 그런 금액을 제시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국가가 방치했던 과오를 인정하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대원들에게 제대로 예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켈로(KLO)는 광복 이후 일본 도쿄에 있던 연합군사령부(GHQ) 정보참모부(G2)가 관리하던 주한 연락사무소(Korea Liaison Office)의 약칭을 편의상 발음한 것이다. 8240부대 등으로도 불린다.
첩보부대였던 만큼 켈로부대의 행적은 아직도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다. 대원들은 적진에 뛰어내리기 위한 강하는 물론 무기·통신·외국어 등을 단기간 내 익히기 위해 미군으로부터 고강도 훈련을 받았다. 첩보 수집뿐 아니라 요인 암살, 시설물 파괴 등의 비밀공작 활동을 펼쳤다. 인천상륙작전을 가능케 했던 '팔미도 등대 탈환 작전'의 주역도 켈로부대원이었다.
미 사단에 배속된 첩보원들은 피란민 복장으로 적진에 들어가 병력 규모와 화기 배치 등 각종 정보를 입수해 건네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 보니 적의 의심을 덜 사는 여성들이 대거 발탁됐다. 또 한때 김일성보다 당 서열이 높았던 김두봉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여비서 등이 첩보원으로 포섭된 사례도 있다. 전체 대원 중 20% 정도가 여성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자료가 없지만, 전사하면 새 요원을 뽑는 방식으로 연인원 6000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현재 국방부는 유가족 등을 포함해 신청 대상이 4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가 전쟁 말기 켈로부대 산하로 들어온 유격대원들이다. 김 회장은 "북파 공작을 했던 국내 생존자는 100명도 채 안 될 것"이라며 "그마저도 대부분 병원에 있어서 실제 거동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십명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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