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코인' 하나도 어렵지 않네~

김소연 2021. 4. 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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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은 패전국 독일에 어마어마한 전쟁 배상금을 물립니다. 이는 화폐 발행량 증가→초인플레이션→히틀러의 부상이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무시무시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어떻게 망가지고 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어떠한 고통을 겪는지를 직접 목격한 하이에크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국가의 화폐 남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의 화폐 발행권 독점 때문에 오히려 경제가 불안정해진다고 본 하이에크는 1976년에 쓴 책 ‘화폐의 탈국가화’에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민간 주체 누구나 화폐를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중앙은행이 없는 세계야말로 바람직한 세계”라는 게 그의 결론이었습니다.

# ‘사이퍼펑크(Cypherpunk)’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암호(Cypher)’와 ‘저항(Punk)’의 합성어죠.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가 사이퍼펑크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특정 인물인지 아니면 어느 집단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나카모토와 함께 비트코인 개발에 참여한 이들은 검열에 저항하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며, 암호학에 조예가 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알음알음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빅브라더’가 된 상황에서 ‘금전 거래 내역’ 역시 매우 보호해야 할 프라이버시로 간주했죠. 재미있는 점은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때가 2009년이라는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 세계, 특히 미국 연준이 위기를 타개하겠다며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에 한참 빠져 있을 때입니다. 비트코인을 선보이며 나카모토는 이렇게 말했다죠.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로 인한 금융 불안과 주기적인 시장 붕괴에 따른 피해를 왜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가?”

#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각종 코인이 난리 블루스입니다. 하필 지금도 코로나19로 나락에 빠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막대한 돈이 풀렸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는 시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암호화폐 가치 급등 원인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점을 꼽습니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시장보다 한국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란 단어까지 나오는 현실을 보면, 고상한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탄생한 암호화폐가 조금 이상해져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불타오르는 코인’은 요즘 대한민국 핫이슈 중 하나입니다. 부동산과 주식에서 벼락거지가 됐다는 생각에 성화가 났을 많은 독자분들에게 ‘암호화폐 벼락거지’가 되지 않을 길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에서 ‘코인의 모든 것’ 특집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코인 하나도 어렵지 않네” 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시장이 바뀌었습니다. 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서울 도시 경쟁력 빵점’ 기사를 쓸 정도로 안타까워했던 만큼, 신임 시장이 서울의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동산이라는 게 시장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오늘의 작은 나비 날갯짓이 꽉 막힌 부동산 시장에 뭔가 물꼬를 터주는 회오리가 되어주었으면 바라면서요.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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