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파이어족' vs '벼락거지'

박수호 2021. 4. 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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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취재하면서 드는 걱정이 있다. 이런 쪽에 관심을 두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 사이에 새로운 빈부격차, 즉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비트코인이 통화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외로 치자. 여하튼 존재하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고 수요는 몰리는데 공급은 적으니 가격이 급등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래서 2030세대 중 극소수는 암호화폐로 큰돈을 번 후 그들이 즐겨 쓰는 말마따나 ‘경제적 자유’를 선언, 파이어족(조기 은퇴자)으로 변신하고 있다.

물론 아주 일부에 국한된 얘기지만 시사점은 있다. 암호화폐의 근간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10여년 전부터 논의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가상 신분증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의 인증 도구로, 명품의 위변조 방지 장치로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물론 백서(청사진)만 있고 생태계 구축은 못한 채 거래소에서만 ‘폭탄 돌리기’ 하는 암호화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전통의 기축통화와 안전자산 위상이 흔들리고 코로나19 상황에 국제 관계마저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때 비트코인이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도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존재 자체를 부정 혹은 외면하는 이는 적지 않다. 그런데 오히려 글로벌 유명 금융사, IT 플랫폼이 최근 관련 기술을 적용하고 암호화폐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임원은 과거 TV 토론에서 암호화폐는 허상이라고 비판했던 유시민 작가를 지목, 유튜브에서 다시 공개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물론 지금 안 사면 ‘벼락거지’가 될 테니 당장 코인부터 사보라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블록체인 경제 생태계가 새롭게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듯이 누군가는 그 기회를 잡을 것이다. 당신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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