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보 공시 의무화' 사장님도 규제로 보시나요

2021. 4. 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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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과 재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ESG가 시대 정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업이 속한 사회의 발전 없이는 기업이 존속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한 경영을 해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다. ESG 경영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ESG 정보 공시를 획일적인 규제로 인식한다는 점은 문제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올 초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기업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ESG 공시 의무화 일정도 밝혔다.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했던 기업 지배구조(G) 보고서는 2022년부터 1조원 이상, 2024년 5000억원 이상, 2026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ESG 정보 공시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또 다른 규제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 같은 인식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모범 규준 개정안에 대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의견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을 내재화하기 위해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내부 탄소 가격’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개념이라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새로 추가된 ‘인권 경영’이 선언적인 가이드라인을 넘어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명시돼 사실상 기업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ESG 평가와 성과 측정 방법이 글로벌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동일 기업 평가도 평가기관에 따라 일관성 없게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평가 상세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 대상인 기업들이 사전에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검토·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ESG 경영 평가를 잘 받아야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외 자산운용기관의 ‘책임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상생 경영’보다는 당장의 평가 점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ESG를 획일화된 규제로 인식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짐’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또한 기업 주주 이익과 ESG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ESG 정보를 공개하는 방법은 산업, 기업별로 다양하고 모든 기업에 통일된 원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ESG를 획일화된 규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가 ESG 공시 세부 기준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접근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ESG 경영 자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주 이익과 기업 실적의 ‘조화’가 중요하다. 기업 혼선을 줄이기 위해 일정 부분 조속한 성과 지표 표준화도 필요하지만, ESG가 기업 이익을 줄이는 ‘굴레’가 되지 않도록 보다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ESG는 생존 전략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점수 따기식 포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내재화하는 능동적 체질 개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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