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지다""합당 답 내놔" 기립박수 받던 안철수 잔인한 4월
“야권 승리 직후 안철수의 잔인한 4월이 찾아왔다.”
13일 국민의힘 소속 전직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현 상황을 이렇게 한마디로 진단했다. 안 대표의 정치 명운을 가를 난관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의미다. 그의 표현대로 안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직후 당 밖에서 밀려드는 파고에 시달리고 있다.
선거 전만 해도 안 대표의 정치 입지는 나쁘지 않았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안 대표는 오 시장을 돕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 안팎에서 안 대표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고, 그가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참석하자 기립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승리 하루도 안 돼 분위기가 달라졌다. 안 대표가 선거 다음날인 8일 “뜻을 같이하는 범야권이 모두 합쳐야 정권 교체를 바라볼 수 있다”며 야권 통합 과정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사방에서 견제구가 쏟아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의 승리가 아닌) 야권 승리라는데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오세훈을 찍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안 대표가 단일화 국면에서 승부수로 던진 합당 약속을 놓고서도 곧장 국민의힘에서 독촉장이 날아들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국민의당에 가급적 빨리 (합당 관련) 의견이 정리되는 대로 달라고 했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4일까지 국민의당이 입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꾸려 지도부 선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안 대표와 제3지대 단일화에 나섰고, 야권 단일화의 한 축이기도 했던 금태섭 전 의원도 최근 안 대표에 대해 “오 시장과의 단일화 전 점심을 먹은 게 전부”라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가 단일화 기간 강조해왔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결합도 아직 가시화된 게 없다.
이런 상황을 놓고 정치권에선 “안 대표와 제3지대 군소정당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 초기 국면에서 대선 불출마와 시장 출마 선언으로 바람을 일으켰지만 결국 제1야당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렸던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중앙일보에 “대중 인지도 등이 안 대표의 자산이지만, 결국 합당 등 정치 시장에선 국민의당은 3석 정당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선거 유세 지원으로 신의를 지키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과 별개로, 당밖에 ‘명백한 내 편’이라고 지칭할 만한 정치적 우군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 대해 안 대표 측은 “합당과 야권 통합은 꼭 필요하지만, 야권 전체의 혁신을 전제하지 않는 몸집 불리기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야권 인사는 “야권 재편 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이어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되는 게 안 대표의 구상”이라며 “ ‘신중한 합당론’ 기조를 유지하면서 본인이 부각될 타이밍을 찾으며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중 정치인을 넘어 정계 개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리더 안철수’의 역량이 시험대에 선 것”이라며 “야권 재편의 키 포인트인 중도층 포섭에 강점이 있는 안 대표이지만, 정치 기반이 취약한 점이 위험 요소”라고 분석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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