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타고 돌아온 원통형 배터리..현대차도 탑재할 듯
전기차 배터리업계에서 파우치나 각형에 밀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EV)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1년 일본 소니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원통형 배터리는 형태 제약 때문에 점차 시장에서 밀려났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가 얇아지면서 알루미늄 막을 적용한 주머니 형태 배터리(파우치형)를 쓰는 게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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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다양해지면서 원형 다시 주목
원통형 배터리의 화려한 복귀는 미국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 덕분이다.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3'만 하더라도 3000~4000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촘촘하게 들어가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EV 시장 진입 직후부터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과 원통형 배터리를 공동 개발했다. 에너지 저장용량은 파우치형 배터리보다 적지만, 양산 단가가 저렴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원통형은 외관이 견고해 폭발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썼던 완성차 업체 상당수도 원통형 배터리에 눈을 돌리고 있다. EV 초창기(2015년 이전)만 하더라도 디자인 형태를 쉽게 변형할 수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유리했지만, 최근 들어 완성차 업체가 EV 전용 언더바디(플랫폼)를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코나 EV는 뒷좌석 부분에 배터리 팩(묶음)이 있지만,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에는 차량 하부에 배터리를 배치했다.
현대차도 최근 들어 EV 플랫폼(E-GMP)에 파우치형 배터리뿐 아니라 원통형 제품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삼성SDI와 향후 1~2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이브리드(HEV) 차량용 원통형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HEV 자동차는 EV와 비교해 배터리 용량이 적게 필요하기 때문에 원통형이 적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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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는 호재, SK에는 불리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완성차 입장에선 파우치형에만 의존하지 않고, 원통형·각형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배터리 업체로부터 전기차 주도권을 빼앗아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폴크스바겐이 택한 각형 배터리 역시 원통형에서 파생된 배터리 형태다.
EV에 원통형 배터리 쓰임새가 늘어날 경우, 'K배터리'로 불리는 국내 배터리 3사는 각기 다른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과거 전자기기 용도 시절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했던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파우치형 전지만 생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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