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가 아니면 이런 작품을 볼 수 있을까
[김형순 기자]
- 1편에서 이어집니다.
▲ 캐나다 작가 크리산네 스타타코스(C. Stathacos)' I '3개의 '다키니'거울:신체, 언어, 정신' 2021. |
ⓒ 김형순 |
그래서 여기는 사후비전, 비서구 문화권의 치유과정을 도식화한 작품이 많다. '에쉐투', '하렐', '포라스-킴', '바쿠냐' 등 여성작가가 많이 참가했다. 그중 캐나다 작가 '크리산네 스타타코스(C. Stathacos)'의 3개의 '다키니'를 보자. 그녀는 만다라 꽃이 발산하는 신령한 아우라를 그려냈다. 박물관 밖 정자에는 '갈로' 등 작가의 '사운드아트'도 설치돼있다.
넷,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에서
자리를 옮겨 이번엔 과거 선교사 묘지가 있는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으로 가보자. 일종의 대안공간이다.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곳은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을 비롯 기독교 포교, 미국군사거점이기도 해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입에 뉴욕 '모마'에서도 전시를 한 태국의 유망주 'K. 아루나논차이'의 풍의 '죽음을 위한 노래'가 설치돼 있다.
더 안으로 가면 '도밍게스', '라할' 등 작품이 많다. 그중 특별히 한 노르웨이 작가를 소개한다. 그 이름은 '시셀 톨라스(S. Tolaas)', 화학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냄새로 인간 내면을 디자인한다. 제주에서 평생 살면서 4.3항쟁 등 이곳 역사를 수기로 기록한 한국남성을 만나 영감을 받고 제주의 37개 화산석에 강력한 냄새를 옷 입혀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작가는 "냄새는 인간이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돼있어 절대 잊히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오감 중에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역시 냄새 혹은 향기라고. 여자는 남자를 선택할 때 냄새로 결정한다는 설도 있지만, 사물 속 냄새를 발굴하고 그것이 주는 사회적 반응을 읽는다. 그녀는 계층을 가르는 것은 결국 냄새에 달렸다며 '봉준호' 감독에게 인터뷰를 청하기도 했다.
그녀는 베를린에 '냄새 커뮤니케이션연구소(SMELL REsearchLab Berlin)'를 두고 있다. 전 세계에서 수천 가지 조향데이터를 정리해 그걸로 문화행동, 경제발전, 사회기억, 환경취향으로 해독한다. 또 스리랑카의 습지, 요르단의 난민캠프에서 냄새분자를 추출해 멸종된 꽃의 향기도 재현한다. 비엔날레가 아니면 이런 독창적 작품을 만나기는 힘들다.
2번째 날 아침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로 갔다. 초대교회처럼 지하로 들어간다. 대만 기획자 '우다쿤'이 마련한 '한 쌍의 메아리' 전이 열린다. 근현대사에서 쌍둥이로 불릴 만큼 한국과 대만은 유사한 민주화, 인권, 정치적 이슈를 겪었다. 그걸 주제로 한 작품이다. 한국의 '정연두'와 대만의 '덩자오민' 등 8팀으로 구성된 14명 작가가 참가했다.
▲ 김성환 I '머리(카락)는 머리의 부분(Hair Is A Piece of Head>)' 2020 |
ⓒ 광주비엔날레 |
다른 곳으로 가면 뉴욕에서 활동하는 '김성환(1975년생)' 작가의 영상이 보인다. 그는 영화, 영상, 드로잉, 건축, 문학 비롯해 설치 퍼포먼스, 라디오 극을 사용해 자신의 세계를 펼치는 작가다. 영상이 주특기다. 그중에서도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왔다. 2017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관에 초대받아 좋은 호응을 얻었다.
건축가이기도 한 그는 영화적이고 건축공간적 언어와 그 안에 내재한 심리적 흐름을 작가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이번 신작은 하와이 이민사를 조명한다. 당시 하와이 한인들 주로 사탕수수 농장에 배치돼 소나 말처럼 감시와 채찍 속에서 일했다. 영상에서 보면 한인들이 마치 아프리카인처럼 보인다. 생존을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다.
제목이 '머리(카락)는 머리의 부분(Hair Is A Piece of Head)'이다. 작가는 1896년 단발령을 완강히 거부한 조선후기 전통주의자 '최익현'의 발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가. 이런 하와이 이민사의 처참한 뒷이야기는 결국 5·18민주화운동과도 그 맥이 닿는 것 같다.
▲ 싱가포르 작가 '호추니엔(Ho Tzu Nyen) I 2채널 영상작품 '49번째 괘' 2020 |
ⓒ 김형순 |
이번엔 싱가포르 작가 '호추니엔'(Ho Tzu Nyen 1976년생)의 '49번째 괘'를 소개한다. 그는 2009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작가로 참가, 2019년 '아트리뷰'지 미술인 파워 100위 안에 선정될 정도로 실력파다. "과거를 잘 재고해야 현재와 미래도 잘 읽어낼 수 있다"라는 말도 했다. 역사를 통찰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작가다.
그런데 이 작품명 '49번째 괘'이다. 왜? <주역>을 보면 49번째 괘에서 혁명(革命)이라는 단어가 출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혁(革)'이란 "덕 있는 자가 역사의 질서를 개명하고 시대의 의의를 밝힌다" 또한 "천지가 바뀌어 사계절을 이루듯 혁명은 하늘의 뜻과 사람들 요청에 응한다(天地革而四時成 革命 順乎天而應乎人)"라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진으로 자연스럽게 당시의 상황을 고찰하고 그걸 애니메이션으로 변형시킨다. 현장에서 이걸 보면 5.18시위를 생생하게 보는 것 같다. 김선정 대표와 인터뷰에서도 이 작품의 동기가 5.18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는 5월을 20세기후반 한국사에서 분수령이 되는 것으로 본다. 그는 이렇게 동남아시아의 역사, 정치, 종교 등을 작품에 반영해 작업한다.
일곱, '광주 파빌리온프로젝트', 스위스 편
끝으로 이번 광주비엔날레 수작 중 하나인 파빌리온 작품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를 소개한다. 전시장에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대사도 직접 자리해 축제를 북돋웠다. 안무는 스위스, 독일 등에 다수의 상을 탄 '안나 안데렉(A. Anderegg)'가 맡았다.
이 작품은 공간과 신체적 거리감이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비대면 시대에 정령 같은 4명 여성 '퍼포머'가 디지털 온라인으로 감정이입으로 전자와 인간의 긴밀한 교감과 관계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화면 속 가상공간과 미래의 창을 향해 소통의 손길을 내민다.
이번 전시 <도록>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인다. 주옥같은 에세이와 작품 해설로 지구촌 동시대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키워드가 총집결돼있다. 마치 우리 시대의 팔만대장경이랄까. 동서남북 지구촌 풍경화를 여러 장르를 동원해 '세계미술지도'를 그렸다. 우리가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깔려있다.
▲ 노르웨이 작가 '시셀 톨라스(Sissel Tolaas)' I 'EQ_IQ_EQ'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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