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밀리면 끝장"..봉진이형, 쿠팡과 '쩐의 전쟁' 개전
연간 최소 1000억원을 퍼붓는 '쩐(錢)의 전쟁’이 발발했다. 배달시장에서 쿠팡이츠가 한 건만 신속하게 배송하는 '단건 배달'을 들고 나오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맞대응을 선언하면서다. 배달 시장을 선점한 배민에 1위 자리를 내놓으라는 쿠팡이츠, 한 번 밀리면 끝장이라며 1위를 지키겠다는 배민간의 혈투가 시작된 셈이다.
13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현재 라이더(배달 기사)가 다섯 건 안팎의 주문을 모아 배송하는 '묶음 배달'로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쿠팡이츠가 주문 별로 곧장 배송하는 ‘단건 배달'을 앞세워 배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에 배민은 6월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 도입을 전격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단건 배달을 하면 당장 배민은 건당 1000원가량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배달 한 건당 드는 비용은 평균 6000원 선인데, 그간은 다섯 건을 묶어 배달하는 식으로 건당 비용을 줄여왔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서울 강남 지역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은 돈이 더 든다. 라이더 확보를 위해 추가로 비용을 더 투입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주문 1건 배달을 위해 라이더에게 2만6000원을 내건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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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대 손실 감수하고 쿠팡이츠와 맞짱
배민은 과거에도 업계 2위였던 '요기요'에 맞서 할인쿠폰 등을 제공하는 방식의 마케팅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배민과 요기요는 각각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싸움은 2019년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면서 끝이 났다. 배민 입장에선 ‘이제 한숨 돌리나’ 싶다가 쿠팡이츠라는 새로운 적을 맞아 다시 한 번 ‘현질(현금투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조995억원(영업적자 11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배민이 쿠팡이츠와 전면전을 선언한 데는 창업자인 김봉진(45)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쿠팡과 맞설 대응 전략을 놓고 고심해왔다고 한다. 실제 쿠팡이츠의 확장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플랫폼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해 12월 일평균 사용자 수는 46만235명이다. 연초(2만9869명) 대비 15.4배 늘었다. 쿠팡이츠는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강남 상권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때문엔 강남권에선 배민과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엇비슷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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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도 3위던 '도어대시'가 순위 뒤집어
배민이 현재는 배달시장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변화가 워낙 빨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미국에서 배달 시장을 석권한 플랫폼 업체인 ‘도어대시(DoorDash)’의 점유율도 불과 2년여 전엔 10%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쿠팡과 비슷한 '자체 배달망(Own Delivery)'과 이를 통한 빠른 배송을 무기로 급성장했다. 현재는 미국 배달 앱 시장의 50% 이상과 100만명에 달하는 배달원(Dashers)을 확보하고 있다. 시가 총액도 475억 달러(약53조 5000억원)를 넘어섰다. 쿠팡처럼 도어대시 역시 6억8000만 달러(약 7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 펀드로부터수혈받았다. 미국 배달 시장에서 한때 5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던 그랩 허브는 도어대시에 밀려 2년 만에 점유율 20% 아래로 주저앉았다.
익명을 원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했지만 배민도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각오로 맞서고 있어서 당분간 두 회사의 치열한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기ㆍ이병준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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