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공연하는 뮤지션이 본 '관광특구' "여기는 삶의 터전"

정서현 2021. 4. 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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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관광특구반대 ②]

지난 2016년에 이어 2020년 12월말, 서울 마포구가 다시 홍대 지역 중심의 관광특구 지정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에 발족된 홍대관광특구 대책회의가 생각하는 홍대관광특구의 문제점과 홍대앞의 미래에 대한 목소리를 공개하려 한다. <편집자말>

[정서현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 후반으로 폭증하며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2020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이전 기사] 홍대 관광특구 계획의 재림, 싸우지 않을 도리가 없다 http://omn.kr/1ssor 

2017년 처음 홍대거리에서 공연할 때 이미 공연장과 가게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활동해오던 중에도 몇몇 공간과 자주 가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불과 몇 달 전에는 공연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곳이 문을 닫기도 했다.

크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점점 일자리를 잃고 있다. 공연장을 보호하는 법도 예술인들에 대한 복지도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가 코로나의 여파로 생활이 힘들어지고 있다.

홍대 관광특구를 반대합니다

3월 15일 자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서교, 상수, 합정동 등 홍대 지역 일대를 관광특구로 제정하는 안을 재추진 중이라고 한다. 나는 문화예술인 200여 명이 구성한 '홍대 관광특구 대책회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를 알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사업으로 마포구 내 카지노가 들어서고, 지금보다 훨씬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주를 택해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코로나 상황에서 관광사업을 추진하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4년 동안 자취를 하고 있는 나는 이곳에 살 엄두도 못 낸다. 홍대 근처를 전전하며 살고 있지만 비싸지는 월세에 더 싼 곳을 찾아다니며 이사하고 있다. 사는 곳도 그렇게 밀려나는데 관광특구가 되면 홍대문화를 일궈온 소상공인들과 예술가들이 비싸지는 임대료에 못 이겨 떠날 수밖에 없고 홍대만의 개성도 사라질 것이다. 

홍대 일대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부당하게 쫓겨나는 가게들, 삶의 터전이 있다. 뮤지션들이 모여 그런 공간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지켜내려고 힘을 보태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나도 처음 음악을 시작할 즈음에 쫓겨날 위기에 놓인 가로수길의 어느 가게 앞에서 노래를 불렀고 그때 함께 공연한 뮤지션들이 대부분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어디에서 어떻게 음악을 할 수 있는지 잘 몰랐고 막막했기 때문에 홍대라는 공간과 문화를 알게 되어 기뻤던 기억이 난다. 그날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홍대의 크고 작은 공간에서 노래하며 계속해서 음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홍대라는 이름의 '삶의 터전'

나는 홍대 일대의 음악문화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젊은 세대 뮤지션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도 이미 여러 가게가 문을 닫아 군데군데 이가 빠지고 흠도 많은 그런 곳으로 보이기도 했다. 음악을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자취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생활에 회의를 느낀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음악을 들으러 꾸준히 찾아와주는 관객들과 언제나 응원해주는 동료 예술가들, 친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관객이 와도 공연장의 문을 기꺼이 열어두는 공간 사장님들, 공연을 보러와 주시는 감사한 모든 분들, 서로 힘이 들 때 술 한잔 같이할 수 있는 음악가 동료들, 이들을 만난 곳이 홍대 일대이고 우리는 여전히 함께 활동하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예술문화의 집합소였던 홍대의 호황기를 추억하는 걸 넘어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작당하고 또 재미나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힘을 모으는 일이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아직 부끄럽지만 많은 뮤지션과 함께 부딪혀가며 앞으로도 계속 활동을 잘 이어나가고 싶다.

홍대를 기반으로 음악을 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무대는 어디든 될 수 있고 노래도 어디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홍대거리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하고 있다. 좋아하는 뮤지션을 보러오고,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삶이 계속되고 있다.

홍대는 단순히 사람 많은 번화가가 아니라 그곳에서 문화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마포구가 관광특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족한 글이지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본다. 

그림을 그린다(예람) https://youtu.be/opS_NXCHEUs 
: 사드 배치를 반대하러 성주 소성리라는 마을에 갔을 때 여러 쫓겨나는 현장들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2017년도 만든 곡이며, 당시 노래를 만들던 때가 지금의 상황과 닮아 있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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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소개 : 예람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노래하며, 주로 추운 이야기를 쓰고, 나누면서 따뜻해지길 꿈꾼다. 2017년 5월 EP음반 『새벽항해』 발매를 시작으로 예람의 음악을 알렸고,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장이나 성주 소성리 등에서 연대 활동을 하면서,『새 민중음악 선곡집』에 곡을 수록. 2019년 싱글앨범 [바다넘어 (海越え)]를 발매하고 2020년 정규 1집 [성]을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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