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 대접 안해서 해고'.. 아직도 이런 직장이 있습니다

김동규 2021. 4. 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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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주의료관광지원센터 갑질 피해자

[김동규 기자]

부푼 기대를 안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A씨는 지난 2020년 7월 입사해 1주일 후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팀장 C가 고성과 폭언을 일삼았고, 업무와 관계없는 일로 모욕을 주었다. A씨와 함께 입사한 B씨는 한국·러시아 이중국적자였다. 팀장 C는 B씨에게 지속적으로 남편에 대해 질문했고 "아이를 봐야 하면 일을 못한다"는 식의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팀장 : B씨 일 왜 해요? 남편이 돈 벌어오라고 해요?
B씨 : 아니요.
팀장 : 남편이 잘 못 벌어와요? 아이는 누가 봐요?
B씨: 제가 바쁠 땐 남편이 보고 아니면 제가 보죠.
팀장 : 그럼 일 못하겠네.

A, B씨는 근로계약서를 통해 오전 9시에 출근할 것을 약속했으나, 팀장은 둘에게 오전 8시 30분 출근을 지시했으며,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오전 8시에 출근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추가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2020년 9월 팀장 C의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B씨가 자진 퇴사했다. 홀로 남겨진 A씨는 광주 직장갑질 119에 연락해서 자문을 받았다. 직장갑질 119 측은 "이것도 직장갑질에 해당하나요?"라고 묻는 A씨에게 "적정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갑질"이라 답했다.

A씨가 일하던 광주의료관광지원센터(아래 지원센터)는 광주권의료관광협의회가 광주시 사업을 위탁해 운영하는 기관으로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홍보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2020년 9월 11일 A씨가 지원센터를 담당하는 광주시 공무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9월 18일 지원센터가 A씨에게 갑작스러운 '해고'를 통보했다.

시청에 직장갑질 토로한 직후 '해고' 통보

여기에 대해 광주시 측이 문제제기 사실을 지원센터 측에 알렸다는 의혹이 일자,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2020년 9월 18일부터 A씨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지난 12일 A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벌써 7개월 가량 지원센터와의 분쟁을 이어온 A씨는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고 했다.
 
 광주청년유니온, 직장갑질119 등이 광주의료관광지원센터 직장갑질 피해자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광주청년유니온 제공
- 해고 통보를 받은 직후의 상황은?
"해고 통보를 받은 직후에 자리에 앉아서 시청 직원(1주일 전에 피해 사실을 알린)한테 이메일을 쓰는데 팀장님이 제 책상 뒤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었어요. 제가 메일 제목을 작성한 직후에 팀장님이 그 자리에서 제가 쓴 메일 제목을 읊었어요. "해고 통보 받았습니다. 소명의 기회를 가지고 싶습니다." 그리곤, "A씨, A씨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본인 업무나 하세요"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이때 정말 자존감에 상처를 많이 입었죠. 다시 생각해도 괴로워요."

- 다른 분께는 문제제기를 하셨나요?
"이날 지원센터 센터장님께 "면담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센터장님, C 팀장님과 삼자대면을 했어요. 센터장님은 "해고 사유를 가져와서 결재를 해달라고 하니까 도장은 찍었주었다"고 말씀하시곤, C 팀장님에게 "직원 간 갈등이 있어도 계속 가는 건 어떻겠냐"고 타일렀어요. 그래서 "해고는 안 되는구나" 생각하고 퇴근했어요. 그런데, C 팀장님과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온 후에 "월요일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니까 C 팀장님이 "나올 필요 없어요"라고 말씀하시고 가셨어요. 그리고 월요일에 출근하니, C 팀장님이 "왜 왔냐"라고 물어봤어요. 그 자리에서 2차 해고 통보를 받았어요."

- 부당 해고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셨나요?
"2차 해고 통보를 받은 직후에 직장갑질 119에 전화를 걸어보니, 해고 통보서를 받고 회사에서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어요. 이후에 바로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어요. 2020년 12월 14일에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어요."

-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는 과정은 어땠나요? 
"중간에 합의하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위원분들이 '저쪽에서 200만 원 정도는 줄 수 있다고 한다. 합의하는 게 어떠냐?'라고 구체적인 액수도 이야기했어요. 지금 합의 안 하고 정식 판정을 받는 단계로 넘어가면 구제받을 수 있는 확률이 10%도 안 된다는 이야기에는 조금 흔들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복직이고, 돈을 위해 해온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큰 돈을 받아도 합의는 안 한다'고 했어요. 제가 원하는 건 원직·복직이니까 제가 합의해주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정식 판정을 구하게 되었는데, 사측 인사가 심문기일에 출석한 적이 있어요. 그때 공익위원이 'A씨의 해고 사유가 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주임 대접을 안 해줬다'라고 답했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위원분도 황당했는지, '요즘 세상에 나는 대접받아야 하고, 아랫사람은 대접해야 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꾸짖기도 했어요. 회사 측이 제 해고사유로 제시한 게 '자질 부족'인데, 그 자질이 업무 관련도 아니고 '왜 잘 모시지 않았느냐'는 이야기잖아요. 결국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근거 자체가 사라진 주장이에요."
 
 A씨에게 지원센터 측이 제시한 해고통보서
ⓒ A씨 제공
- 현재 복직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복직 통보를 받은 직후에 그동안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함께 가서 이야기를 해주시겠다고 하셔서 회사에 그 사실을 알리고 면담을 했어요. 그때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해서 노동청에 신고한 부분에 대한 결과가 안 나왔으니, 그때까지 유급 휴무를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회사에서 이걸 수락해서 2주 단위로 유급휴무를 갱신하겠다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어요.

이후 제가 몸과 마음을 조금 추스르고 회사 측에 4월부터 복직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회사 측에서 직장 내 괴롭힘 결과가 아직 안 나왔으니 아예 유급휴무를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통보했어요. 그래서 현재는 유급휴무 상태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 그럼 그 판단만 나오면 복직하시는 건가요?
"제가 처음에 들어올 때 1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유급휴무를 계속 주는 걸 보니까 계약된 날짜만 넘기면 끝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벌써 지난해 9월부터 7개월째 싸우고 있는데 솔직히 처음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에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고, 많이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어요. 제가 그냥 참고 일했다면 정규직도 되고 이렇게 많은 일을 겪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동안 함께 해주신 분들도 계셨고, 지금 여기서 끝내면 아무것도 안 되기 때문에 결론을 제대로 지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남은 기간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과 원직·복직을 위해 계속 노력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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