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구매..포항 '완판'상품권 "400억원어치 풀린다"
여름 휴가철을 앞뒀거나, 명절 전후, 새로운 분기가 시작될 때면 경북 포항의 시중 은행 창구는 늘 북새통이다. ‘포항사랑상품권(이하 포항상품권)’을 사러 몰려든 구매자 때문이다.
포항상품권은 지난해 5000억 원어치가 완판됐고, 2019년엔 1700억원, 18년엔 1000억원, 17년엔 1300억 원어치가 모두 팔려나간 이른바 ‘완판템’이다.
포항시가 오는 15일부터 올해 포항상품권 발행액 5000억 원어치 가운데 400억 원어치를 10% 할인해 판다. 만 원짜리 상품을 9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지난달 30일까지 1200억원 상당의 상품권은 이미 팔려나갔다. 남은 상품권 가운데 일부를 이 기간 선착순으로 푸는 것이다. 400억 원어치 상품권은 164곳 포항 시중 은행에서 줄을 서서 순서대로 구매가 가능하다.
포항상품권은 포항 시민만 줄 서서 구매하는 상품권이 아니다. 대구·부산·경북 경주 등 외지인들도 대기하고 있다. 포항시 한 간부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는 서울 등 수도권 에서도 상품권을 산다. KTX 같은 곳에서 반짝 판매를 하는데, 그때 많이 산다. 미리 챙겨뒀다가 휴가 때 포항에 놀러 와서 사용하기 위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항상품권은 1인당 연간 600만 원어치(월 70만원 한도·종이권 50만원, 카드형 2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포항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례를 만들어 발행하는 지자체 상품권이다. 현금 역외 유출 방지를 위해 경남 거제 등 전국 50여 개 지자체가 비슷한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자체 상품권을 사려고 포항처럼 긴 줄을 서서 구매하는 장면은 보기 어렵다.
포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상품권이 이렇게 완판템이 된 이유는 10%라는 높은 할인율에 더해 포항상품권에는 성공 공식이 있다.
우선 가맹점이 많다. 포항의 전체 상점은 3만여 곳 가운데 1만6000여 곳이 가맹점이다. 주민 권모(33) 씨는 “건어물을 사고, 헬스장을 끊고, 주유소에서도 쓸 수 있다”고 했다. 또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면 나머지 액수는 상품권 대신 현금으로 주는 것도 장점이다.
할인 금액 10%는 포항시 예산으로 부담한다. 올해 할인율에 5000억 원어치 상품권 발행을 위해 포항시는 630억원의 예산을 준비 중이다. 이 돈으로 만 원권·5000원권 두 가지로 종이 상품권을 발행하고 카드형 상품권도 만든다. 시중 은행에 상품권 판매 수수료(0.9%), 환전 수수료(0.8%)도 지급한다.
또 주민에게 팔려나간 상품권 할인 금액만큼을 보전한다. 가맹점 업주는 상품권을 받아 물건을 판 뒤 은행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때 별도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즉, 할인 상품권이 많이 팔려나가 은행에 되돌아올수록 그만큼 세금이 들어가는 구조인 셈이다.
포항시 일자리경제노동과 박영화 팀장은 "상품권 발행으로 예산이 들어가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에는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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