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삼성도 불러 "반도체는 인프라"..속내는 '투자' 촉구

하윤해 2021. 4. 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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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반도체와 공급망 화상 회의’ 개최
삼성전자 등 19개 글로벌 기업 CEO 참석
바이든 “미국 경쟁력, 기업 투자에 달려 있다”
바이든 “반도체에 공격적 투자…중국도 그렇게 한다”
반도체 부족, 미국 자동차 직격탄…휴대전화 등도 타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와 공급망 회복을 위한 화상 회의’에 참석해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들고 반도체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반도체를 ‘인프라’로 규정했다. 반도체를 단순한 전자 부품이 아니라 생산·생활을 위한 필수요소로 격상시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중국도 그렇게 한다”며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반도체와 공급망 회복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생산기업과 인텔·델·AT&T 등 정보통신 기업, 포드·GM 등 자동차 기업 등 19개 글로벌 기업들의 CEO가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해 “우리의 경쟁력은 여러분들이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투자하는 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19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투자를 촉구한 것이다. AP통신은 “바이든이 경영자들에게 ‘미국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특정 기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번 회의에 삼성전자에서는 최시영 사장이 참석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컴퓨터·휴대전화 등에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부족도 코로나19에서 촉발된 현상이다. 반도체 공장들이 지난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가 지금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지만 전망은 어둡다. 웨드부시증권의 애널리스트 대니얼 이브스는 AP통신에 “현재의 문제를 끝내기 위해 즉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이것은 향후 3년∼5년 정도 지나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산업계 경영진들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올해 3분기부터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로고. AP뉴시스
바이든, 중국 견제…“그들도 투자한다”

이번 백악관 회의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바이든 대통령도 회의에 잠시 참석했다. 이번 회의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 등이 총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나는 초당적으로 23명의 상원의원과 42명의 하원으로부터 서한을 받았다”면서 “그 서한에는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영역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것(투자)은 그들(중국)과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손에 쥐고 “내가 여기 들고 있는 것과 같은 (반도체) 칩·웨이퍼·배터리·광대역,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20세기 중반·후반에 세계를 이끌었다”면서 “우리는 21세기에 세계를 다시 이끌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미국 덴버의 포드자동차 판매점 모습. 포드자동차는 반도체 부족현상으로 2000년형 F-150 픽업트퍽의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AP뉴시스
반도체 부족으로 게임기 구입에도 ‘미친 밀치기’

반도체 부족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미국 자동차 업계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가 모자라 공장이 멈춰 섰기 때문이다. 최대 130만 대의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타격을 입은 분야는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AP통신은 “반도체 부족으로 신형 아이폰과 자동차들의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학교는 재택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컴퓨터 구입이 어려운 실정이며, 최신 비디오 게임기를 구하기 위해 ‘미친 밀치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도 바이든 행정부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공장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였지만, 현재는 12%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급격히 성장한 것도 미국을 위협하는 요소다.

특히 반도체가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핵심산업의 필수부품이라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부족 현상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다. AP통신은 “반도체 공장들이 지난해 초반 가동이 중단됐다”면서 “공장들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밀린 주문에다 예측하지 못한 수요가 밀려들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어 “자동차 회사들이 예상보다 일찍 공장 가동을 재개했을 때, 그들은 반도체가 충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경기부양을 위해 2조 2500억 달러(2540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제조·연구 지원 예산 500억 달러(56조원)를 포함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반도체·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진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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