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10년 안드로이드 유저, 애플 생태계로 싹 바꿔봤다

김은경 2021. 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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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10·갤워치3·갤버즈+ → 아이폰12·애플워치6·에어팟
연결성·보안·사용성 편리..삼성페이·통화녹음 미지원 아쉬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애플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 스마트폰 ‘아이폰12 프로맥스’, 스마트워치 ‘애플워치6’.ⓒ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2010년, 스카이 ‘이자르’를 첫 스마트폰으로 맞았다. 그다음엔 최근 폰 사업을 접은 LG전자 ‘옵티머스2X’와 스카이 ‘베가’를 썼고, 이후 ‘S펜’에 반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3·5·10’을 쭉 사용하고 있는 10년 골수 안드로이드 유저다.


애플 제품을 아예 사용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MP3로 음악을 듣던 시절 ‘아이팟 클래식’과 ‘아이팟 터치’를 썼고, 지난해부터는 ‘맥북에어 2020’를 구매해 사용 중이다.


◆입문기 – 애플에 스며들 준비, ‘골칫거리’ 데이터 이전부터


하지만 어쩐지 스마트폰만큼은 애플 제품으로 갈아타기 쉽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금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과거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등 폐쇄적인 애플 정책 탓에 일부 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편견이 남아 있었다. 아이팟 시절 아이튠즈 ‘동기화’ 때문에 데이터를 여러 번 홀랑 날려 먹은 트라우마도 거부감에 한몫했다.


둘째, 이미 ‘삼성페이’의 편리함에 길들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굳이 초기 불편을 감수하고 생태계를 바꿀 만큼 ‘아이폰’이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전자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3’.ⓒ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그럼에도 기기 간 ‘연결성’을 강조하는 애플 생태계에 대한 궁금증은 점차 커져만 갔다. 이를 해소하고자 애플로부터 스마트폰 ‘아이폰12 프로맥스’, 스마트워치 ‘애플워치6’, 무선이어폰 ‘에어팟프로’를 대여받아 약 2주간 사용해봤다.


유심을 갈아 끼우기 전 근심이 앞섰다. 일도 해야 하는데 OS가 다른 기기 간에 연락처, 사진 등 데이터는 어떻게 옮겨야 하나 싶었다. 당장 지금도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대화가 쏟아지는데 이건 또 데이터 유실 없이 어떻게 옮겨야 하나.


◆적응기 - 생각보다 쉬웠던 ‘환승’, 의외의 복병 ‘제스처’


걱정도 잠시, 이동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애플은 의외로 자사 제품 사용자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사용자까지 무리 없이 갈아탈 수 있도록 ‘환승’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놨다.


기존 사용하던 스마트폰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 ‘iOS로 이동’ 애플리케이션(앱)만 내려받으면 된다. 앱을 실행하고 아이폰을 근처에 가져다 놓으니 ‘코드를 입력하라’는 안내문이 나타났다. 코드를 아이폰에 입력하면 어떤 데이터를 전송할 것인지 선택하는 화면이 나타난다.


다른 제조사 스마트폰과 애플 스마트폰 연동을 돕는 ‘iOS로 이동’ 앱. 구글 플레이스토어 화면 캡처

‘구글 계정·메시지·연락처·캘린더·카메라’ 중 이동을 원하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 수만장에 달하는 사진과 수천개 연락처를 다 옮기려니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폰을 보니 기존 스마트폰 데이터가 모두 전송돼 있었다.


카카오톡 백업은 카카오가 최근 출시한 ‘톡서랍 플러스’의 도움을 받았다. 카카오톡은 원칙적으로 1개의 스마트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때문에 기기를 옮길 때 백업을 해도 과거에 주고받은 사진이나 동영상, 일부 대화 내용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톡서랍 플러스는 대화방에서 주고받은 사진·동영상·파일 등 디지털 자산을 하나로 모아 보관해주고 실시간으로 자동 백업도 가능하다. 월 사용료는 990원이다. 마침 한 달 무료체험 진행 중이라 돈 안 들이고 유실 없이 데이터를 모두 복원했다. 본격적으로 아이폰을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12 프로맥스’(왼쪽)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아이폰이 손에 완전히 붙기까지는 약 3일 정도 걸렸다. 가장 어색했던 건 ‘제스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보통 하단에 ‘홈 버튼’이나 ‘뒤로가기 버튼’을 설정해두고 사용한다. 동그란 물리버튼이 없는 최신 아이폰엔 이런 홈버튼이 없다.


‘뒤로가기’를 하려면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쓸어야 한다. 사용하던 앱들을 보려면 하단 가운데를 위로 쓸어올리면 된다. ‘리모콘’ 역할을 하는 제어센터는 오른쪽 위를 쓸어내리면 된다. 가운데를 쓸어내리면 알림창이 내려온다.


‘뒤로가기’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버튼인 만큼 적응이 필요했다. 갈 곳을 잃은 엄지손가락이 뻘쭘하게 허공을 헤매는 일도 많았다.


◆입덕기 – 사과 모양 로고가 만드는 ‘기기 간의 연결 고리’


무선 기기 간 연결의 핵심이 되는 스마트폰을 삼성전자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만큼, 웨어러블 생태계도 삼성전자 제품에 맞춰 사용해왔다. 스마트워치는 ‘갤럭시워치3’를, 무선이어폰은 ‘갤럭시버즈 플러스(+)’를 사용 중이다.


이 기기들까지 모두 애플 제품으로 바꿔봤다. 애플 생태계를 제대로 체험해보기 위해서다.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들은 같은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같은 OS를 사용하면 무리 없이 호환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처음 기기를 연결할 때 빠르게 인식을 하지 못하거나 전용 앱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12 프로맥스’(왼쪽)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반면 애플워치는 아이폰을 쓰는 사람만 사용 가능한 대신, 연결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빨랐다. 애플워치6 근처에 아이폰12를 가져다 대기만 해도 빠르게 인식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 몇 가지 데이터만 입력하니 마치 이전에 사용하던 제품처럼 모든 것이 세팅됐다.


무선이어폰도 마찬가지다. 인식속도가 빠른 것은 기본, 기기 전환 속도도 빨랐다. 맥북과 함께 쓰니 ‘미친 생태계’로 불리는 애플 기기 간 연결성이 더욱 실감 났다. 예를 들어 아이폰으로 노래를 듣다가 맥북에서 노래를 재생하면 곧바로 사용 기기가 전환됐다.


아이폰으로 애플 기본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에서 어떤 웹페이지를 보고 있다가 맥북을 열면 하단 ‘독바(Dock bar·아이콘 표시줄)’에 스마트폰 아이콘이 표시되면서 내가 보고 있던 웹페이지가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폰 데이터를 공유하는 ‘테더링’이나 와이파이 비밀번호 공유도 편리했다. 같은 애플 계정으로 로그인된 기기라면 한 곳에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등록해도 다른 기기까지 자동으로 인식해 연결해준다. 아이폰으로 받은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도 맥북 등 다른 기기로 모두 연결된다.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왼쪽)와 삼성전자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작업 시 스마트폰으로 주요 자료를 검색하다가 맥북으로 전환해도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작업할 수 있다. 사진이나 파일 공유도 편했다.


기존엔 스마트폰 사진을 노트북으로 옮길 때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을 이용해 사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도 잡아먹고 사진 품질도 저하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에어드롭(AirDrop)’을 쓰면 모든 애플 기기 간에 화질 저하 없이 파일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여러 기능에 대해 공부하고 적응할수록 일상이 편리해지고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안’에 대한 애플의 집착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모든 앱을 실행할 때마다 개인정보 수집 여부를 알려주고, 수집을 허용하는 데이터를 선별해서 제공할 수도 있다. 일일이 승인하는 게 다소 귀찮아도 그만큼 사용자에게 큰 신뢰감을 준다.


◆현타기 – 아 지갑 또 두고 왔네, 구애인 같은 ‘삼성페이’ 빈자리


“아 죄송한데 내릴게요.”


아이폰12을 들고 집을 나선 첫날, 돈이 없어 버스에서 내려야만 했다. ‘삼성페이’ 덕분에 지갑을 잘 안 들고 다니게 된 지 수년째다. 국내에서는 아직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교통카드 기능도 안 된다.


‘까짓거 지갑 들고 다니지 뭐’라고 치부하기엔 삼성페이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지갑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도 귀찮은데 대중교통 이용 시 매번 지갑을 꺼내야 하는 건 몇 배는 더 귀찮은 일이었다. 실제 국내에서 많은 갤럭시폰 이용자가 다른 제조사 기기로 갈아타기 망설이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12 프로맥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삼성페이를 포함해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크게 불편했던 건 총 세 가지다. 아이폰12에는 지문을 이용한 ‘터치 아이디(ID)’가 없다.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푸는 ‘페이스 ID’를 이용하거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마스크를 매일 쓰고 다녀야 하는 요즘, 잠금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아 답답했다.


‘통화녹음’ 기능이 없는 것도 불편했다. 아이폰은 통신 보안상의 이유로 통화녹음을 지원하지 않는다. 서드파티 업체에서 만든 별도 앱을 내려받아 쓸 수 있기는 하지만, 애플 서버가 아닌 해당 업체 서버를 거치기 때문에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총평 – 쌍둥이처럼 닮아버린 ‘안드로이드-iOS’ 선택은 사용자 몫


2주간 애플 생태계를 체험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예상보다 안드로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였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 격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10여년간 경쟁을 거듭해오면서 서로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며 비슷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OS) ‘iOS 14’가 적용된 아이폰 홈화면 모습.ⓒ애플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OS ‘iOS 14’는 홈 화면에서 위젯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고, iOS 최초로 앱 서랍도 지원했다. 전화가 오면 전체 화면이 아닌 작은 창으로 알려주도록 하는 등 기존 안드로이드 OS와 비슷한 기능이 다수 포함됐다.


비단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태블릿 등도 점차 닮아가고 있다. 한 곳에서 혁신 성능을 내놓으면 조금 더 개선되거나 더 편리한 기능을 다른 업체에서 추가하는 식이다.


‘따라쟁이’나 ‘카피캣’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두 제조사 모두 쟁쟁한 경쟁상대를 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뤄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든 ‘환승’을 망설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어떤 생태계를 선택할지는 소비자 몫이다.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12 프로맥스’로 촬영한 야간사진.ⓒ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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