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4배, 사과 1.5배 올랐는데..경제수장들 "물가 문제없다"
"지표에 이상 없다" 이주열도 홍남기도 우려 '일축'
가계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밥상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년 새 파값은 네 배, 사과값은 1.5배 넘게 뛰는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들썩이면서 장보기가 두렵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그럼에도 정작 물가를 관리해야 할 주체인 정부와 중앙은행은 전반적인 물가 지표 흐름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민심과의 괴리감만 키우는 모습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2015년=100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이로써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으로 1%대의 오름세를 유지하며,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한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농·축·수산물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3.7%로 올해 1월부터 석 달째 두 자릿수 대를 이어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최근 갑작스레 오른 가격 때문에 금파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는 파값은 1년 전과 비교해 305.8% 급등했다. 사과와 달걀 가격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5.3%와 39.6%나 상승했다. 고춧가루 가격 상승률도 34.4%에 달했다. 쌀값도 13.1% 올랐다. 모두 우리 식탁의 중심인 신선식품들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말 출입 기자단과의 문답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이번달 초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동향 점검 및 대응 안건을 논의한 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웃돌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일축했다.
이 총재와 홍 부총리의 발언 근거는 한은이 제시하고 있는 물가 안정 목표치에 맞춰져 있다. 올해 물가가 다소 오르긴 하겠지만, 자체적으로 삼고 있는 기준치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올해 물가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인 1.3%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물가 안정 목표 수준인 2.0%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기준으로 삼고 있는 물가 상승률의 신뢰성이다. 통계청이 현재 물가지수 산정에 시용하고 있는 품목은 총 460개에 이른다. 여기에는 물론 가격 변동이 크고 소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식품류들이 포함돼 있다. 다만 술이나 담배, 전기료, 병원비 등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거나 가끔 이용하는 상품과 서비스도 섞여 있다. 이런 품목들이 뒤섞이면서 평균의 함정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생활의 핵심 비용임에도 물가지수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 항목도 있다. 집값이 대표적이다. 최근처럼 빚을 많이 내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는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집을 마련하는 건 투자의 성격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소비자 물가지수에 넣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지표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물가 실태를 보다 세밀하게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향후 경제에 새로운 암초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정책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물가지수를 바꿀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 총산출물가 등 여러 지표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충분히 정상화 되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 인상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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