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회, 약국에 '상생' 서신 발송.. 약국 '분노' 왜?
약사와 한약사 간의 업무 범위에 대한 갈등은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지난해 국회 국민청원에는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두 직능인 약사와 한약사 사이에 업무 범위를 놓고 해결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약국 개설자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해야 한다’로 법을 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약사의 입장이 실린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해당 청원인은 ‘한약사제도의 입법 취지대로 약사가 한방의약품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약사의 한약제제 판매 등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대한한약사회는 지난 8일 약사와 한약사 간에 신문광고, 포스터, 상호 고발 등 갈등이 점차 깊어지고 있는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다며 전국 2만3000개 약국에 한약사에 대한 정보 설명과 상생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신에는 오해에 대한 사실 전달, 면허 범위에 대한 약사법 해석과 근거, 갈등 해결 시도에 대한 내용과 가능성, 새로운 시장 확대를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 상생의 필요성과 방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약사회는 설명했다.
김광모 대한한약사회장은 “최근 약사와 한약사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인 만큼, 서신을 통해 직접 오해나 감정적인 부분을 풀 수 있으리라 봤다”며 “이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이 최악이라고 판단했다.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간다면 서로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서신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약사 직능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이를 전하고자 했을 뿐”이라며 “대한약사회를 통해 전달했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급한 마음에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약사회를 거쳐서 전달했어도 오해가 해결될 수 있을까 싶기는 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반의약품 내 한약제제, 양약제제가 정확히 분류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약사는 한약제제만 취급해야 한다는데 판매는 약국 개설자인 약사와 한약사 모두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취급 영역이 그렇게 설정돼 있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반면, 약사단체는 “약사 영역 침탈을 상생으로 파장한 한약사회를 강력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은 11일 성명을 통해 “상생 운운하는 내용이 담긴 한약사회의 약국 서신 발송에 강한 분노를 표한다”며 “약사와 한약사는 서로 다른 직역을 가진 직업군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면허 범위 안에서 각자 분야의 전문가로서 서로의 직능에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약사가 다른 직역인 약사 영역을 침략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약사회 측에서 감히 상생이라는 단어를 언급함에 참으로 격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약사들은 한약사 본업부터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약사법에 한약사의 면허 범위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과한 약사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명시돼 있다. 약사가 아닌 한약사가 면허 범위 밖의 의약품 판매를 보란 듯이 행하는 현시점에 개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12일 약사회원을 대상으로 한 ‘한약사회 약국 서신 발송 관련 안내’ 메시지를 통해 “최근 본회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는 약사법에서 정한 면허 범위를 벗어나 한약장조차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고, 국민이 약사로 오인할 수 있는 여러 행위가 현장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약사는 약사법에 규정한 면허 범위를 준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며 여러 불법적인 행위가 지속하는 상황에 약사와 한약사를 통합하는 통합약사를 논의하자는 주장은 보건의료제도 발전과 한약사의 정체성 확보에도 도움되지 않는 일”이라며 “통합약사 문제로 논란을 만들고 회무 동력과 회세를 허비할 이유가 없으므로 관련 논의 자체를 시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회원 여러분께 안내한다”고 전했다.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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