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새 7kg 늘어 88kg 됐다..학교 못간 청소년 '확찐자' 급증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재민(가명·17) 군은 88kg이던 몸무게가 넉 달 만에 7kg 늘어 95kg이 됐다. 확 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부터 정상적으로 등교하지 못하자 음식·식단 조절이 힘들었다고 한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날이면 으레 점심은 달고 짠 인스턴트 등 간편식으로 때웠다. 야외활동을 못 하니 자연히 운동 횟수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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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 위험요인 '빨간불'
재민 군의 아버지는 대사증후군을 지병으로 갖고 있었다. 이에 평소 비만을 걱정했는데 병원 검사에서 간 수치가 높아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대사증후군은 심장질환 및 당뇨병, 뇌졸중 등 건강 문제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5가지 위험요소 3가지 이상을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한다. 위험요소는 고혈압과 고혈당, 고중성지방 혈증, 낮은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 중심비만(남성의 경우 허리둘레 90㎝ 이상)이다.
정상 등교를 하지 못한 후 재민 군의 총콜레스테롤은 132mg/dl에서 158mg/dl로 급격히 증가했고 중성지방의 경우 126mg/dl에서 223mg/dl로 상승했다. 이미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진단받은 재민 군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5.8%에서 7.2%로 높아졌다.
재민 군처럼 코로나19상황에서 등교하지 못해 ‘확찐자’가 된 아동·청소년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연호·김미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김은실 임상강사 연구팀은 1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실었다고 밝혔다. 비만 아동을 대상으로 실제 검사를 진행해 코로나19의 간접영향으로 인한 신체 변화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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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평균이 '1단계 비만'
연구팀은 비만을 진단받아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 사이 최소 두 차례 이상 병원을 방문한 만 6세~18세 학생 90명을 대상으로 비만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의 변화를 살펴봤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의 평균 나이는 12.2세였고 남학생이 70명으로 77.8%를 차지했다. 이들의 평균 몸무게는 67.2㎏이었고,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BMI)는 26.7 kg/㎡였다. 보통 체질량지수에 따라 18.5~22.9kg/㎡를 정상 체중으로 보고, 23~24.9kg/㎡는 비만 전 단계 25~29kg/㎡는 1단계 비만이라 한다.
연구팀이 약 넉 달 간격으로 체중을 비롯해 비만 관련 지표를 검사해 차이를 비교한 결과 등교 중지를 기점으로 비만 관련 모든 지표가 나빠졌다. 먼저 평균 체중은 67.2kg에서 71.1kg으로 4kg가량 증가했고, BMI는 26.7kg/㎡에서 27.7kg/㎡로 늘었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이 성장기란 점을 고려해도 모두 정상 범위 밖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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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비알코올성 지방간인 경우 의사와 혈당 조절해야”
대사증후군의 지표 역시 악화했다. 총콜레스테롤은 160.3㎎/㎗에서 169.5㎎/㎗로 올랐고, 중성 지방은 126.7㎎/㎗에서 160.6㎎/㎗로 큰 폭으로 늘었다. 공복혈당은 물론 간 수치도 등교 중지 이전보다 모두 증가했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았던 53명은 혈액 내에서 산소를 운반해 주는 적혈구 안 혈색소가 어느 정도로 당화(糖化)했는지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가 5.6%에서 6.9%로 상승했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검사 방법에 따라 정상치의 차이가 있으나 대개 5.6%까지를 정상 범위로 본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진단받지 않았던 나머지 37명은 정상 등교 전후 당화혈색소 수치의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등교 중지 이후 바깥 활동은 현저하게 줄어든 반면 식습관을 평소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탓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풀이했다. 김미진 교수는 “코로나19로 힘든 일이 많다 보니 소아비만을 일시적 현상으로 여기고 간과하기 쉽다”며 “대사성 질환이 동반될 경우 장기적으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비만과 함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까지 받은 경우라면 의사와 함께 혈당 조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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