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소독물 준 中식당..17만원 주고 입막음하려다 혼쭐

서유진 2021. 4.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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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 매장에서 마실 물을 요구한 고객에게 소독약이 담긴 물을 건넨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직원의 실수로 소독약이 섞인 물을 마신 고객에게 식당 측이 소액의 위로금을 주는 조건으로 해당 사실을 온라인 등에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중국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마실 물을 요청한 고객에게 소독액을 제공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피해자인 샤오두(가명) [장쑤 위성TV 캡처]

12일 현지 매체 장쑤위성TV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피해 여성 샤오두(가명)는 친구 천(陳)과 장쑤성 쑤저우 버스 터미널에서 만났다. 버스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두 사람은 KFC 매장을 찾아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먹었다. 이어 갈증을 느낀 샤오두는 직원에게 물 한 잔을 요청했다.

직원에게 받은 얼음물 한 컵을 들이킨 샤오두는 목이 타들어 가는 통증을 느꼈다. 천 또한 친구의 반응에 놀라 물을 한 모금 마시곤 바로 뱉었다. 물에서는 진한 소독약 냄새가 났다.

두 사람의 반응에 놀란 직원들도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물 한 잔을 새로 제공한 것 이외에 다른 조치는 없었다.

소독액을 마신 뒤 후유증으로 약을 챙겨먹는 샤오두(오른쪽)에게 물을 따라주는 친구의 모습.[장쑤 위성TV 캡처]

샤오두는 이미 마셔버린 소독액이 문제가 될까 두려워 점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이에 점장은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한 샤오두는 목구멍과 배에서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게 된다. 병원에서는 샤오두가 마신 액체가 급성 위염과 위경련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의사는 사건이 발생한 식당 지점에 연락해 소독약 성분표를 요청했다. 그가 마신 액체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염소 분말 가루를 희석한 물로 밝혀졌다. 염소 가루는 믹서기·아이스크림 기계·식기·과일 세척 등에 사용된다. 포장지에는 “음용 시 인체에 해롭다”는 주의사항이 버젓이 적혀 있었다.

염소 분말가루 성분표에는 음용시 인체에 해롭다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장쑤 위성TV 캡처]

해당 지점은 “염소 분말 가루를 희석한 물로 기계를 세척한 후, 소독액을 모두 배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컵에 물을 따라 손님에게 제공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후 KFC 측은 샤오두에게 1500위안(26만원)의 병원비를 배상했다.

하지만 샤오두가 추가로 요청한 '근로 불가로 인한 수입 손실'을 놓고 문제가 생겼다. KFC 측은 1000위안(17만원)의 추가 보상금과 함께 '비밀 서약 유지서'를 들이밀었다. 돈을 받은 뒤에는 인터넷 등에 관련 사실을 알려선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고작 1000위안(17만원)을 더 주면서 입막음을 시도한다고 느낀 샤오두는 쑤저우시 시장감독관리부서에 신고했고, 해당 기관은 조사에 착수했다.

과거 중국 KFC 매장에서는 중학생에게 소독액이 든 사이다를 제공한 일도 있었다는 네티즌의 폭로가 담긴 글 [장쑤 위성TV 캡처]

단속반이 개입하자 회사 측은 뒤늦게 샤오두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1만5000위안(260만원)을 배상하겠다고 나섰다.

매장 잘못으로 고통을 겪은 샤오두에게 비밀 서약 유지서를 들이민 회사 측의 대응 방식에 중국 네티즌은 분노했고, 과거 다른 KFC 지점에서도 소독약을 음료로 잘못 제공한 사례도 다시 입길에 올랐다.

중국 네티즌들은 지난 2014년 한 중학생이 중국 KFC에서 소독약이 섞인 사이다를 받은 사실을 폭로한 글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2006년에는 소독수를 잘못 준 식당 매니저가 "소독수는 마실 수 있다"고 발언했던 것도 문제시됐다.

중국 KFC 계정에는 소독수와 관련해 이를 비난하거나 KFC의 대응을 비꼬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웨이보]

계속되는 논란에도 중국 KFC의 운영을 책임지는 바이셩 투자유한공사는 아직 입장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 장쑤위성TV는 "현재 중국 KFC 공식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광고 글에는 이번 소독액 제공 사건과 관련, 해명을 요구하는 네티즌의 댓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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