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양이 죽이고싶어" 동물판 N번방엔 10대들도 있었다
이른바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리는 고양이 학대 단체대화방의 참여자 80여명 중 일부가 중‧고등학생 등 10대 미성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신원을 모두 특정하는 데 성공한 경찰은 전수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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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명 특정했다…전국서 참고인 조사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달부터 ‘고어전문방’(고어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대화방 참여자를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고어방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참여자들이 따로 유포한 동물 학대 사진이나 영상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모두 익명으로 활동한 데다 전국에 흩어져 있었지만, 상당수 참여자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경찰 수사는 지난 1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고어방 참여자들은 학대 동물을 포획하는 방법부터 살아 있는 동물을 자르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직접 동물을 살해하는 영상과 사진을 찍어 올린 참여자도 있었다. 주로 길고양이를 타깃으로 학대를 저지르고 이를 찍어 올리면 참여자들이 열광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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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주범 20대, 혐의 인정
경찰은 고어방에 수차례에 걸쳐 동물 학대 사진을 올린 참여자의 신원을 먼저 특정했다. 20대 후반의 이모씨는 엽총으로 개나 고양이부터 너구리까지 쏴 죽이고, 이를 단체대화방에 게시했다. 앞서 경찰은 이씨를 동물보호법상 학대 및 유포 혐의를 적용해 소환 조사했다. 이씨는 몇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동물을 살해한 혐의 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한 만큼 경찰 수사는 고어방에 소속돼 있던 80여명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왔다.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릴 정도로 잔혹성이 큰 만큼 또 다른 학대 피의자가 있을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난달 초부터 80여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일일이 소환해 동물 학대 가담 정도를 확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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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증거 없다" 자신했지만…
지난 1월 동물자유연대의 고발이 알려진 이후 고어방 참여자들은 '이미 증거도 없어진 마당에 뭐하냐', '텔레그램으로 옮겨서 활동하자' 등 경찰에 붙잡히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과 달리 경찰은 신원을 모두 특정했고, 이씨 이외에 또 다른 고어방 참여자가 동물 학대 사진이나 동영상을 게시한 적이 있는지 살펴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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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학대 안 나와…"법 없어 처벌 어렵다"
그러나 이씨 외에 다른 참여자가 동물을 직접 학대한 정황이나 증거는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주체는 이씨였고, 80여명이 “피도 없이 저렇게 깔끔하게 나올 수 있군요”, “저도 해보고 싶네요” 등의 말로 호응한 것이다.
동물 학대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는 “이씨가 학대할 때 고어방 참여자들이 동석했거나 돈을 주고 지시했다면 공모나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방조도 적용하기 어렵다. 영상을 보거나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처벌하는 법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화방 참여자 80여명 전수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월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는 오픈 카톡방을 처벌해달라’는 국민 청원에 정기수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은 “동물을 학대하고, 학대행위를 게시한 혐의 등에는 엄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해당 청원엔 27만5492명이 동의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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