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예훼손 피고인 최강욱, 첫 재판전 '셀프구제법' 발의"
명예 관련 범죄, 친고죄로 개정 나서
법조계 "통과 땐 최 방어논리 도움"
야당 "이해충돌, 입법권 남용 소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관련 재판 전날인 지난 8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에선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형적인 ‘셀프구제법안’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1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최 대표는 지난 8일 ‘친고죄’ 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같은 당 강민정ㆍ김의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ㆍ문정복ㆍ황운하 의원 등 9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 제안 이유로 최 대표는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에 관한 죄는 모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친고죄로 개정함으로써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착수하거나 제3자의 고발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입막음 소송)’ 등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의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 관련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가 없을 경우 국가기관이 수사와 재판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피해자의 의사표시와 상관없이 제3자의 고소ㆍ고발을 통한 수사 착수도 가능하다.
반면 최 대표가 발의한 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피해 당사자 등의 고소ㆍ고발이 있을 경우에만 수사 및 재판이 가능하게 된다. 최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수사는 피해자인 이 전 기자가 아닌 제3자인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의 고발로 시작됐기 때문에, 개정안 통과 이후였다면 최 대표 사건은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조건조차 성립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법조계에선 해당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최 대표 관련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장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형법에선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경우엔 ‘신법(新法)’ 우선 원칙을 적용한다”며 “판결 전에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최 대표 측의 방어 논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권에선 전형적인 이해충돌 법안이란 비판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본인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셀프구제법안이란 의심이 강하게 든다”며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 입법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21대 총선 12일 전인 지난해 4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이동재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전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글에서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 측에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라며 “그 다음은 우리가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하시면 된다. 검찰에 고소할 사람은 우리가 미리 준비해 뒀다. 우리는 지체 없이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이사장을 맡고있는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법세련의 고발을 접수한 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 글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 1월 26일 최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최 대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 다음 날인 지난 9일이 해당 사건의 첫 재판일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최 대표의 변호인은 “이 전 기자 스스로가 명예를 실추하는 행위를 해서 (최 대표가) 글을 쓰게 된 것”이라며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피고인이 쓴 글은 사회적인 논쟁이 되는 대상에 대한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며 “범죄의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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